해외 영화제에 나가보면 젊은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에 출품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 "부산영화제에 아는 프로그래머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촉망 받는 감독들도 저에게 자기 영화가 초청 안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제 영화가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오는 손님과의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올해 미국 LA에서 헤어지는 사람에게 "내년에 부산에서 보자"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 비즈니스와 우정과 연대의 시간을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건드리지 않으면 잘 될, 내버려 두면 잘 돌아갈 상황이다. 전근대적인 접근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산 영화의전당이 텅텅 빈 창고 같은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영화제 기간만 영화를 트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영화 역사를 관통하는 당대 세계 영화 주류를 계속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영화제와 연계돼 발전해야 한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입장은 이제 옛말이 됐다. 사실 2005년 부산이 문화도시로 선정되고, 최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는 데 부산영화제가 큰 몫을 햇을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전향적인 발전을 위하는 것이 뭐냐고 했을 때 미흡한 행정처리 개선이 있을 것이다. 방만하게 운영됐다면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선하면 된다. 지난 1월에 부산시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보도자료 보고 놀란 게 '일자리 창출' 부분이었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같은 기업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영화제는 문화적 성숙을 위해 필요한 곳이다. 그렇다면 영화제는 문화로서 성숙해 가면 된다. 제가 알기로 부산시는 부산영상위 등 영화 네트워크가 잘 꾸려져 있다. 최근에는 영진위도 이전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문제는 그러한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 영화제에 주문해야 할 것들에 대해 부산시도 제대로 파악하고 알아야 한다.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민병록 교수=올해 부산영화제 기간에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청회·세미나 등을 열어 토론을 하면 어떨까. 국제적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 관객층이 수평적으로 확대됐으니 프로그램 중에 연배 높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섹션을 만들어서 그분들이 영화를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젊은이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영화제에 와서 참여하고 토론회 같은 것을 추진하기를 권한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영화제는 축제의 장이다. 과거 영화를 재조명하고 동시대 영화를 조명하고 미래 영화를 보면서 감독,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독립영화가 중요한 지점에 와 있다. 부산영화제는 독립영화가 산업적으로 진입하는 데 요충지가 됐다. 해외 영화제,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교두보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이뤄 온 독립영화의 성과가 작품의 본질적 힘이 있겠지만, 부산영화제라는 공간에서 고민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만들려는 노력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본다.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가 소개된 데는 부산영화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부산영화제 측이 배급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아시아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들이 빨리 현실화돼 극장에 몰입된, 극장 위주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
영화의전당 얘기도 나왔지만, 10월 영화제 기간에만 집중하는 행사보다는 상시적으로 1년 동안, 부산영화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