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후보자 "은산분리 제한적 완화, 가계부채는 미세조정만"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윤창원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향후 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임종룡 후보자는 취임 뒤 강도높은 금융규제개혁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규제 일부 완화를 시사했고,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총량규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종룡 후보자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금융정책 방향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우선 금융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임 후보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함께 '금융개혁 현장점검단'을 구성해 금융현장의 불합리한 규제와 감독관행을 찾아내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본시장에 남아 있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 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 인터넷은행, 재벌 참여 제한하거나 기업 금융 제한 할 듯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관련 규제의 제한적 완화도 시사했다. 현재 은행법은 산업자본(비금융)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4%로 제한하고 있어 IT기업 등이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데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임 후보자는 "인터넷은행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별도의 연구팀을 만들어서 관련 작업이 진행중이고 6월말까지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원칙에 대해서는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인터넷은행 출현이 불가능하다면 이를 허용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늬 보완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경우에도 은행의 대기업 사금화나 대규모 기업집단의 (은행 소유)참여 등 은산분리가 가지는 취지를 살리고 보완방안을 동시에 갖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인터넷은행이 도입되더라도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벌들의 소유를 제한하거나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특정 기업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 도입의 또 다른 걸림돌인 금융실명제법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보면 실명 확인을 꼭 대면(對面)으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 "가계부채 관리 가능한 수준, 총량 규제는 반대"…부처 협의체 건의

지난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이후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이며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총량규제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임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그뮹 시스템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이슈이고 잘 관리해야 할 리스크임은 분명하지만 현재 가계부채 상황이 시스템 리스크에 이를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미시적이고 부분적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대책으로는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상가나 토지를 담보한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를 하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들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공동의 인식도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 협의체' 구성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스스로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대출 심사관행 개선도 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며 "(규제완화 조치가)가계부채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관련 규제를 강화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런 임 후보자의 인식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며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부채비율 증가속도나 질에 대해 금융당국이 안이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도 "가계부채의 위험수위가 아니고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정도는 아니라고 했는데 굉장히 안이한 발상"이라며 "전세가가 폭등해서 내몰린 사람들이 다세대 주택과 연립주택을 사들이는 최악의 상황을 부동산 활성화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리은행 조속히 매각, 하나금융-외환銀 통합은 노사합의 전제

우리은행 매각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통합, 금융권 낙하산 문제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우리은행은 신속하게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매각 방식을 공론화하고 우리은행의 가치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간 통합은 "노사 양측간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사간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임 후보자는 금융당국은 최근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고 '노사 동의 없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조기 통합은 승인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노사간 합의가 없으면 당국의 통합 승인을 보류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낙하산 문제에 대한 원칙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앞으로 민간은행의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민간 금융사가 전문성 있는 사람을 쓰도록 외부기관의 부당한 인사 압력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사장과 KB국민은행 감사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외압을 막고 이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냐는 질의에 "취지에 공감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는 11일 임종룡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임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가 무난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