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평균연령은 60살입니다"

[콕집어이책]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사와무라 씨네 세 가족의 평균연령은 60세다. 정년퇴직한 지 오래된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가 70세, 친구들과 수다떨기 좋아하는 어머니 노리에가 69세, 싱글인 딸 히토미가 40세다.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는 가족 구성이지만 이들의 생활은 '가난'이나 '고독'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못 했지만 딸 역시 '지지리궁상'을 떨지는 않는다.

만화가 마스다 미리 특유의 따뜻하지만 예리한 시선 덕분에 세 가족의 일상은 밝고 소박하다.


스포츠센터에 등록한 아버지는 인바디로 골격근량을 측정한 결과, 신체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적게 나왔다며 딸에게 자랑하고, 트레이너의 생기를 부러워하며 남몰래 상큼해질 방법을 궁리한다. 어머니는 '으깬 팥소보다 으깨지 않은 팥소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여전히 모르는 남편이 못내 서운하면서도 '당신이 끓여주는 차가 제일 맛있다'는 칭찬에 섭섭했던 마음이 금세 풀어진다. 딸은 퀴즈 프로그램에서 1980년대 중반에 방영된 드라마 제목을 척척 맞추는 자신을 보며 나이가 들었음을 절감하면서도 지금 나이를 1년에 비유하면 아직 9월 초순이라고 자위한다.

작가가 실제 40대 싱글인 때문일까. 마치 속마음을 훔쳐본 듯 딸의 일상이 사실감 있게 그려진다.

직장생활 18년차. 이제 '상사에게 비위 맞추는 나를 주변사람에게 보이는 게 싫지만 연기하지 않으면 회사를 못 다닌다'는 것쯤은 잘 안다. 출산휴가 들어가는 동료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동료의 뱃속에 아기가 커가는 동안 난 뭘 했을까'싶어 우울해진다. 그런데 하나의 풍경 혹은 사무실 사물함의 일부로 느껴지는 그저그런 남자동료들이 왜 결혼한다고 하면 좀 괜찮아 보일까.

그래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곳은 '40세의 여자모임'뿐이다.

"생일날 병원에 갔더니 차트에 숫자 '40'이 찍힌 걸 보고 내 나이를 들킨 것 같아 씁쓸하더라."
5년 전 내 사진을 봤는데 굉장히 젊었더라. '멋지게 나이를 먹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서른까지 였어."
"40대는 전부 이별 뿐이야. 무릎 위 스커트, 민소매, 긴 머리와 모두 이별했어. 아차차. 좀 있으면 돋보기와 만남이 있겠구나."

가족 평균연령이 환갑인 만큼 고령화 사회의 그늘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도 펼쳐진다.

이버지는 스포츠센터 가입동기를 묻는 질문에 '건강을 위해서'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젠 그 생각이 '오래 살고 싶다'는 소리로 들릴까 염려된다. 사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퇴직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일상이기에, 동창들을 만날 때도 차비가 덜 드는 곳이 좋다. 딸은 어머니와 집 리모델링을 계획을 짜면서 '배리어 프리'를 고려하고, 부모님 간식으로 찹쌀떡을 사면서도 혹시 목에 막히는 사고라도 날까봐 인터넷에서 미리 응급조치를 검색한다.

만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의 한 장면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도 곳곳에 나온다.

어머니는 딸의 굳은 어깨를 주무르며 '마흔살 노처녀 딸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눈을 흘긴다.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 속에 아주 조금 지금 이대로 셋이 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이다. 딸은 어머니의 독사진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그 무렵에는 어머니도 건강했었지 하고 오늘을 떠올릴 날이 올까.' 회전초밥 집에서 '젊었을 때라면 더 먹었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슬퍼지기도 한다.

환갑이 넘은 부모님도 어릴 적에는 사랑받는 딸이자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머니는 옷장 정리를 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스웨터를 발견하고 나직이 불러본다. '엄마'. 아버지는 한 아이가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당신의 아들도 할아버지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마스다 미리의 만화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이봄 출판사)는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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