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日에 '과거사 직시' 주문(종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일본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도쿄 도내에서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린 강연 후 가진 질의응답 때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개선과 화해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묻는 질문을 받자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며 "이웃(프랑스)의 관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독일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2차 대전 당시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당대 우리의 최대 성취 중 하나는 분명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라며 "프랑스는 독일이 해온 것만큼의 가치 있는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중일간 긴장이 이어지는 데 대해 "중요한 것은 평화적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라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고 평화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정리가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간)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이 2차대전의 과오를 정리할 수 있었기에 훗날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쟁 가해국인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해, 진정한 사죄를 할 때만이 주변국과 화해가 가능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르켈의 이날 발언은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역사인식 갈등과 관련해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 중국을 싸잡아 비난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최근 발언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또 아베 총리가 오는 8월15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후 70년 담화에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최근 아베 총리는 전후 50주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 문구를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사왔다.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같은 패전국으로서 전후 70년 동안 경제 발전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해온 것을 토대로 앞으로도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를 강화해 가기로 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지난 2005년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등 독일의 전쟁범죄에 대해 여러차례 국제사회에 사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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