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이적물 소지 목적 규명해야…판례에서 유무죄 갈려

檢警 수사력 집중…압수수색 영장 반려 이유도 '목적성'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찰이 마크 리퍼트(42) 주한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씨를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이적표현물 소지의 목적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판례에서도 이적물 소지 만이 아니라 소지의 '목적'이 유무죄를 가르는 주요 근거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 검경, 국보법 7조 5항 적용할 수 있으려면…

경찰이 현재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인 법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이다. 이적표현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 즉 표현물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한 것을 적용할 지에 대한 부분이다.

경찰은 앞서 김씨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적성 의심 문건들을 여럿 확보했고, 과거 활동을 해온 전력 등을 볼 때 해당 법 조항 적용에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9일 브리핑에서도 "압수한 서적과 간행물 200여건 가운데 30여건을 외부 전문가 집단에 감정 의뢰해 10여점이 이적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북한에 1999년부터 2007년까지 7차례에 걸쳐 다녀왔고,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주변에 친북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는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경찰과 경찰 수사를 지휘 중인 검찰은 국보법 7조 5항을 적용하는 데 모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해당 법 조항 위반 혐의를 담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 단계에서 한 차례 반려 당한 뒤부터는 목적성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시 검찰은 '범죄의 목적성을 증명하기 위함'임을 명시할 것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법원 판례에서도 '목적성'이 관건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를 봐도 해당 조항의 목적성 규명 여부가 유무죄를 판가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8월 20일 선고 등에서 국보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한 우선적인 요건에 대해 "표현물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것"으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적성을 판단할 때는 표현물의 전체적 내용뿐 아니라 표현 행위 자체와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 행위 당시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실제 대법원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더라도 목적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1월 한국대학생총연합회 대의원으로 활동한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에서 박씨가 소지했던 '김정일 선집 제14권'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박씨가 소지했다는 사실 만으로 목적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유죄 증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법원은 "문건의 내용은 이적성이 한눈에 드러날 정도로 분명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메일을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공유 이메일로 사용하고 공개했던 점 등을 볼 때 북한 동조 등의 목적으로 취득·소지했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 "이적성 인식하고 이적행위 목적 있어야" 유죄

경찰이 김기종씨 주거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적표현물을 공개 하고 있다. (사진=김민재 기자)
반면 이적표현물과 범죄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즉 그 목적성이 입증될 경우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23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소속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하고 목적성도 있다는 취지로 유죄 판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정치와 핵실험을 찬양·고무하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주장하는 북한에 전적으로 동조하며,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철폐 등 상투적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는 내용" 등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표현물을 실천연대 간부로서 활동하는 지침으로 사용하는 등 피고인이 사건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표현물을 소지했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경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는 지 만이 아니라, 본인의 행위가 국가체제를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지, 목적이 무엇인 지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씨의 그간 행적과 방북 당시 만났던 사람, 주고받은 대화, 이메일 내역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동조하거나 국가반란을 선전·선동 등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국가보안법 7조 1항도 적용하는 방안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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