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 정확한 근거도 나오지 않았는데 경찰이 국보법 위반을 목표로 '종북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9일 미국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발견한 서적, 간행물, 유인물, 디지털 증거물 등 총 219점 가운데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 등 30여건을 외부 전문기관에 감정 의뢰했다.
수사본부 부본부장인 윤명성 종로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 등 30여건을 외부 전문기관에 감정 의뢰한 결과 10여건이 이적성이 있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면서 "나머지는 계속 감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윤 서장은 "이에 따라 국보법 제 7조 5항 이적표현물 소지 등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 대법원에서 이적 단체로 결론이 난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발간한 '민족의 진로' 등을 확보했다.
영화예술론은 1972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필한 책으로, 김일정의 항일무장혁명투쟁 과정에서 창작된 문학예술들을 현대화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와 같은 서적을 집회나 청계천 등지에 가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는 북한 서적을 소지한 경위에 대해 자신이 북한을 연구하는 석사과정에 있고, 통일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아직까지 이번 범행과 이적표현물 소지의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지속적으로 김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강조했다.
현행법상 김씨가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등을 단순 소지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적단체 가입이나 활동 등 적극 활용이 있어야 처벌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금까지 행적 수사와 이적 목적 등을 규명해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검찰과 적극 협의 중에 있다"고만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당시 국보법 위반 혐의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검찰에 의해 반려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김두연 보안2과장은 "김씨 체포 이후 행적 활동을 확인하니 방북, 반미 집회 등 적극적으로 한 사실이 있어서 국보법 위반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압수수색 영장에 국보법 위반 혐의를 포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 이후 압수수색 물품을 분석해 국보법 위반 적용 여부를 검토하자는 의견을 보내 최초 압수수색 영장에선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조사에서 "남한에 김일성만한 지도자가 없다", "천안함이 폭침했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는 일부 보도를 확인해줬다.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 이러한 진술이 나왔는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김 보안2과장은 "수사 기법을 자꾸 묻고 그에 대한 대답을 유도하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김씨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하기 위해 경찰이 남한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김씨의 진술만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이번 범행과 이적표현물 소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국보법상 뚜렷한 목표를 갖는 이적 목표성이 갖춰져야 국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미 구속된 김씨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전시성, 여론몰이 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