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LG 감독은 "오리온스는 우리와 경기 때 특히 3점슛이 좋았다"면서 "실점도 88.5점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리온스 득점의 10% 정도만 줄여 70점 대로 묶고 우리 플레이를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면서 "안과 밖을 모두 막기는 어려워도 외곽을 잡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리온스는 LG와 정규리그 6경기에서 3점슛을 53개나 성공시켰다. 경기당 거의 9개 꼴이다. 성공률은 무려 50.5%에 이른다. 올 시즌 유일하게 3점슛을 평균 7개 이상(7.7개) 꽂는 팀이라지만 LG만 만나면 더 좋았다. 역시 1위인 3점 성공률도 시즌 평균(39.4%)을 웃돈다. 반면 LG는 오리온스전에서 평균 5.83개, 성공률이 34.3%에 그쳤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이날 승부처에 대해 일단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2 대 2 픽앤롤 등 LG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하는 수비가 먼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LG는 또 제퍼슨, 문태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질 때는 속공을 많이 허용했는데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못하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리온스에 3점슛이 있다면 LG는 올 시즌 속공에서 단연 1위다. 정규리그에서 266개, 평균 4.9개로 2위 모비스(228개, 평균 4.2개)에 넉넉히 앞선다. 오리온스와 6경기에서도 25개, 평균 4개 이상이었다. 오리온스는 LG전 속공이 8개, 평균 1.33개에 그쳤다.
2쿼터는 반대로 오리온스가 감독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시래의 스피드에 앞선이 무너져 속공을 잇따라 허용했다. 김시래는 2쿼터만 7점을 냈고 LG는 페인트존 득점에서 14-6으로 앞섰다. 전반을 38-34로 앞선 이유였다. 오리온스는 3점슛에서 4-0으로 우위였지만 페인트존 득점에서 16-26으로 뒤진 게 리드를 뺏긴 이유가 됐다.
3쿼터도 LG의 우세였다. 시동이 걸린 속공이 쿼터 후반 가열찼다. 김시래가 돌파에 이은 3점 플레이로 기세를 올렸고, 이지운이 질풍같은 드리블로 레이업을 넣었다. 오리온스도 한호빈이 돌파로 맞불을 놨지만 가로채기까지 나선 김시래(21점 5도움)의 종횡무진에 가드진이 당해내지 못했다. LG가 60-52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LG는 4쿼터 외곽슛까지 폭발했다. 첫 공격에서 김영환의 3점포까지 터져 점수 차를 11점으로 벌렸다. 이어 제퍼슨(24점 17리바운드)이 리오 라이온스의 골밑슛을 블록하면서 오리온스의 기를 꺾었다. 1분 30초께는 김영환(13점)의 3점슛이 다시 림을 갈랐다. 67-54, 13점 차 리드. 사실상 승부도 갈린 장면이었다. 오리온스는 쿼터 중후반 이승현(7점 7리바운드) 등 주축들을 빼면서 백기를 들었다.
82-62, LG의 완승. 역대 6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4강 PO 진출 사례는 36번 중 34번이었다. 예외 사례는 LG가 오리온스에 1패 뒤 2연승한 2003-04시즌과 케이티가 전자랜드에 1패 뒤 3승2패로 시리즈를 가져간 2011-12시즌이었다.
오리온스는 추 감독의 중점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김시래의 스피드를 앞세운 LG 속공을 배겨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LG는 김 감독의 지시를 잘 따랐다. 오리온스의 점수를 80점 밑으로 묶어내 승리의 발판을 놨다.
오리온스는 이날 3점슛 22개 중 7개, 32% 성공률이었다. LG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속공에서 4-3, 페인트존 득점에서 42-28로 앞섰다. 감독의 중점 사항만 잘 수행하면 경기는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