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과 테러, 극단주의는 절대 안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5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가운데 5일 오전 행사가 열렸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입구에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 병원으로 후송되며 흘린 혈흔들이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윤창원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하는 사태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 등을 크게 다쳤다.

생명에 지장이 없었기에 다행이지만 자칫하면 한미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될 뻔한 사건이었다.

비엔나협약 29조는 “외교관은 어떤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않으며 접수국은 외교관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어떤 침해에 대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의 공개적인 강연장에서 이같은 테러 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가 습격을 받은 것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우리마당 김기종 대표가 종로경찰서에서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며 "전쟁 훈련 반대"를 외치고 있다. 윤성호기자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5년 전에도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져 구속된 적이 있고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고 서울시청 청사에서 난동을 피운 전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인물이 주요인사의 강연장에 흉기를 소지하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경비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외교사절에 대한 공격은 양국 국민간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행위인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한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이 극단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돌발범행에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사절의 신변안전보호에 허점이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 다시는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범행동기나 배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이념 대결로 몰아가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

폭력이나 테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극단주의는 이념의 문제를 떠나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국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던 범인이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뒤 전쟁연습 중단을 외쳤다고 해서 이를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가 대표로 있다는 문화단체도 사실상 혼자서 활동하는 1인 단체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념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조장해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하고 가뜩이나 심각한 진영간 편가르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 역시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는만큼 사건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냉정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도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하되 공안정국 조성과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극단주의와 진영논리를 배격하고 논리와 이성적 판단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더 굳건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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