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실정, 특히 인사난맥상에 대해 공격의 선봉에 서 온 박지원 의원은 당 내부에 대한 공격은 ‘누워서 침뱉기’라는 생각에서, 또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초라는 점 때문에 최대한 관여를 자제해왔지만 당의 텃밭인 호남에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문 대표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문재인 대표가 4.29재보선에서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경선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하면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탈당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2월 경선을 통해 확실한 '호남맹주'로서의 위상을 굳힌 박지원 의원으로서는 지도부가 경선 방침을 밝히고 천정배 전 장관이 당을 뛰쳐나감으로써 호남전선에 경고등이 켜진게 달가울 리가 없다.
박지원 의원은 3월 5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의 잡음을 두려워 해서 이기는 선거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경선이 좋은 것도 전략공천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길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문 대표 방침을 비판했다.
또, 당 지도부가 1석을 이기면 승리라고 밝힌 것도 “새누리당이 할 얘기를 야당이 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호남 출신 김관영 의원(김한길계)의 조직부총장 임명을 끝으로 당직인선이 일단락됐지만 당직인사 과정에서도 불만이 적잖이 쌓였다. 박지원 계보로 알려진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의원의 수석대변인 기용 외에 마땅히 배려받은 것도 없을 뿐아니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때 상의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3일 추미애 의원과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자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달 13일 전당대회 후 첫 문-박회동 직후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호남을 적극 배려하겠다고 하고는 만나기도 전에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당 운영의 결정적 고비라고 판단될 때는 라이벌이었던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직설적 비판도 서슴지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 대표를 배려하는 듯한 언행을 보여주며 냉온탕을 오가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박 의원은 5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단란된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말 할 때가 아니다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손사레를 쳤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5일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체제 초기여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4.29재보선과 공무원연금법 처리 과정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