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하고 피습 사건 관련 관계부처별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 김주현 법무부 차관,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장, 강신명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외교관의 직무와 특권 등을 규정한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르면 대사 접수국은 외교사절의 신체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주한 미국대사가 강연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습된 만큼 정보활동을 바탕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관할 경찰서 지휘관은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파견된 정보관과 외사과 형사 등이 있었지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55) 시민사회 대표의 돌발행동을 막지 못했다.
행사가 열리기 직전인 오전 7시30분 무렵 김씨가 흉기를 지닌채 행사장에 입장했지만 경찰은 "왜 사전 등록도 안된 김기종씨를 입장시키느냐"며 행사 실무자에게 얘기한 게 전부다.
실무자가 조치를 취하려 하는 순간 김씨가 헤드테이블로 뛰어나가 흉기를 휘둘렀다는 게 행사주체인 민화협측 설명이다.
통상 대사 등 주요 요인이 참석하는 행사장에는 관할 경찰서 정보관들이 투입돼 혹시나 있을 사건 사고를 대비해 정보활동을 펼치는 데 주요 관찰 인물인 김씨를 보고도 행사 실무자에게 제지를 요구하기만 한 것.
경찰이 미리 위험을 인지를 했지만 적극적으로 개입을 못했고, 결국 적극적인 경호 의지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외국 대사가 참여하는 행사장에 나가는 정보관들의 주요 업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배치 요청 등을 하는 것"이라며 "범인이 진보단체에서도 기피되는 요주의 인물이었던 만큼 정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기종씨는 그간 진보진영 집회나 행사장에서도 기피당하는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씨가 집회 현장에 나타나면 많은 인사들이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며 "말다툼을 벌이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전형적으로 혼자만인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며 "누구와 같이 무슨 일을 함께 할 성격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의 정보활동과 현장대응이 미숙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지휘를 하지 못한 서울 종로경찰서가 일부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평소 경찰이 주한 대사 행사에 적극 개입하지 않아왔던 만큼 경찰이 책임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미국 대사관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험이 없는 한 한국경찰에 대사 신변보호 요청을 자제해왔다.
주한 미국대사이기는 하지만 자국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선(動線)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경찰청도 훈령에 따라 요인보호 대상을 지정하는데 미국 대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나라 주한 대사도 본인 요청이 없으면 경호 병력을 따로 배치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요인에 대해 위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 경호 경찰관을 배치하고, 또 직접 요청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마크 리퍼트 대사의 경우 어떤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