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교관 공격은 대한민국 존립 위태롭게 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5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가운데 5일 오전 행사가 열렸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현장 목격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우리 법은 대한민국에 주재하는 외국 사절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한다면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형법 제4장 ‘국교에 관한 죄‘ 제108조는 “대한민국에 파견된 외국사절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국사절에 대해 모욕을 가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하는 등 엄격하게 죄를 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의 과거 일본 대사 폭행 사건 때도 이같은 법조항이 국익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형법 제108조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존립 보호와 외국의 이익 옹호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함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영토주권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거나 대립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그 외국사절에게 폭행 등 물리적 위해를 가한다면 상호 물리적 충돌의 악순환을 가져와 대한국민의 외교작용을 저해하고 나라가 국제사회의 분쟁을 초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조항은 해당국가가 대한민국과 사이에 대립이나 분쟁이 없거나 그 외국사절이 이에 대해 대한민국과 동일한 입장을 취할 것까지 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주재하는 외국사절은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위해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설령 해당 외교사절이 우리 정부와 입장을 달리 하거나 대립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1971년에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도 제29조에서 “외교관의 신체는 불가침이다”며 외교관에 대한 보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비엔나협약 29조는 “외교관은 어떤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않는다”며 “접수국은 외교관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어떤 침해에 대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김기종씨는 지난 2010년 일본 대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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