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하고 피습 사건 관련 관계부처별 대응·대책을 마련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 김주현 법무부 차관,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장, 강신명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가 우리측 신변보호 관련자를 엄벌하기로 하면서 경호와 경비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결국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외교관의 직무와 특권 등을 규정한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은 외교사절을 접수한 국가가 그의 신체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협약은 지난 1961년 국제사회에서 채택되고 1970년 우리나라도 국회 동의를 거쳐 효력이 발생했다.
협약은 구체적으로 '접수국은 상당한 경의로서 외교관을 대우해야 하며 외교관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여하한 침해에 대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 지휘관, 정보관 라인 책임추궁 이어질 듯
통상 미국 대사관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험이 없는 한 한국경찰에 대사 신변보호 요청을 자제해왔다.
주한 미국대사이기는 하지만 자국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선(動線)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경찰청도 훈령에 따라 요인보호 대상을 지정하는데 미국 대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나라 주한 대사도 본인 요청이 없으면 경호 병력을 따로 배치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요인에 대해 위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 경호 경찰관을 배치하고, 또 직접 요청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마크 리퍼트 대사의 경우 어떤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 미국대사가 강연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습된 만큼 정보활동을 바탕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관할 경찰서 지휘관은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파견된 정보관과 외사과 형사 등이 있었지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 시민사회 대표의 돌발행동을 막지도 못했고 사전에 움직임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통상 대사등 주요 요인이 참석하는 행사장에는 관할 경찰서 정보관들이 투입돼 혹시나 있을 사건 사고를 대비해 정보활동을 펼친다.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외국 대사가 참여하는 행사장에 나가는 정보관들의 주요 업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배치 요청 등을 하는 것"이라며 "범인이 진보단체에서도 기피되는 요주의 인물이었던 만큼 정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기종씨는 그간 진보진영 집회나 행사장에서도 기피당하는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씨가 집회 현장에 나타나면 많은 인사들이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며 "말다툼을 벌이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전형적으로 혼자만인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며 "누구와 같이 무슨 일을 함께 할 성격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하는 행사에 김씨와 같은 요주의 인물이 나타났는데도 현장에 있는 정보관은 위험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미 대사관측에서 공식 신변보호 요청은 하지 않았더라도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의 정보활동이 미숙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지휘를 하지 못한 서울 종로경찰서가 일부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