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한 5일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장내는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느라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리퍼트 대사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둥근 모양의 헤드테이블에는 장 의원 외에 같은당 이주영 의원, 이성헌 전 의원, 김동만 한국노총회장, 안양옥 교총회장, 김민하 초대 민화협회장, 통역까지 8명이 착석했다.
장 의원은 "도착해서 담소를 나눈 지 3~4분쯤이 됐을까? 강연 전에 조찬을 하니까 수프가 나왔다. 그 순간 어떤 남성이 대사 오른쪽으로 덤벼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 의원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헤드테이블의 바로 뒷 테이블인 6번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기종(55)씨는 갑자기 빠르게 움직여 헤드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통역쪽으로 다가간 김씨는 미리 준비했던 과도를 꺼내들고 리퍼트 대사에게 상처를 입혔다.
장 의원은 "김씨가 통역이 있는 자리에 올 때까지도 우리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헤드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났고 장 의원은 김씨를 제지했다.
그는 바로 범인 쪽으로 달려들어 김씨를 바닥으로 눕혔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팔과 다리를 잡아 제압했다.
계속 범인의 등허리를 타고 누르고 있던 장 의원은 "범인이 계속 소리를 쳤는데 구체적인 워딩은 기억할 수 없고, "미국, 미군"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헤드테이블에는 붉은색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고, 범행 도구로 쓰여진 과도가 놓여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경호원이나 경찰 등이 없었고 경찰은 몇 분이 지난 후 도착했다고 장 의원은 말했다.
장 의원은 "당시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주위에 경찰도 없었다"면서 "경찰 안왔냐, 경찰 부르라고 하니까 사복 입은 한 명이 '제가 경찰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참석자들이 다들 '왜 경찰이 안오느냐, 경찰에 연락은 한 것이냐'고 수근수근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확히 몇 분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참 지난 후에야 제복 입은 경찰이 2명 왔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 대사에 대한 신변보호가 굉장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법무관 생활을 공수특전사령부에서 했고, 현재는 대한복싱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냥 덮친다는 생각으로 범인을 제압한 것밖에 없다"며 김씨를 초기 제압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