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헌 결정' 나오면 책임은 누가 지나?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왼쪽),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또 한 번 헌법재판소가 정치권의 결정에 수술의 칼을 대야 할 상황이 됐다. 국회가 법을 헌법의 가치에 위배되거나 헌법 조항에 어긋나게 제정하는 바람에 국가의 중대사가 헌재의 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말 통진당 해산 결정에 이어 간통죄 위헌 결정은 한국 정치사와 부부관계, 성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헌재는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법안을 심판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시행은커녕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위헌 소송 시비에 휘말려 헌법심판청구 심판 대상에 곧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5일 오후 김영란법을 헌법소원한다.

대한변협은 4일 성명을 통해 “한국사회의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의미는 크지만 위헌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어 “민간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 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해 검찰과 법원에 너무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며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가 침해되고 수사권을 쥔 경찰과 검찰이 이 법을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뿐만 아니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교총도 김영란법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재계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김영란법이 사방에서 난타를 당하는 모습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부정 청탁을 근절할 법이 국회의원들에 의해 졸속.과잉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빚어지고 있는 후폭풍이 상당하다.

여당은 법 통과 하루 만에 미비점과 부작용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일단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부패와 부정 청탁 방지법의 실효성이 의문스러울 정도로 누더기가 될 위기를 맞고 있는 김영란법이 이렇게 된 데는 먼저 두 명의 의원이 무리수를 뒀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과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원안에도 없는 언론인들과 사립학교 교직원들을 포함시켜버렸다. 이유는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자격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한 김용태 의원은 “사립학교는 공적 기능으로 추가하고, 언론도 공적 기능을 수행하니까 (김영란법)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언론을 공공기관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으나 의원님들이 정하시면 틀렸다고 저희가 말씀드릴 수 없는 거고...”라며 말끝을 흐려버린다.

언론은 공직자나 준공직자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동조한 의원은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이다.

김 의원은 “기자들이 연수 가잖아요. 회사 돈도 아니고 언론재단 등등을 통해 연수를 가는 경우에 (부정 청탁)에 해당이 되나요, 안 되나요”라고 이 위원장에 묻는다.

이 위원장은 “언론기관을 자꾸 말씀 하시는데 언론기관은 저희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서...”라고 적용 대상 삽입을 반대한다.

김용태 의원은 이어 “(정무위) 전문위원, 우리 취지를 살려서 집어넣어요. 불법과 부정청탁 유형에 집어넣어요”라며 언론인 포함을 결론내린다.

김용태 의원이 간사 자격으로 언론인 등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일종의 독단적 결정을 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김영란 전 위원장(정부)의 당초 원안에는 정부의 보조를 받는 KBS와 EBS가 포함됐으며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용태 의원 등이 모든 언론을 다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확대 적용안을 내 통과됐다”며 “김용태 의원과 김기식 의원이 입을 맞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일호 의원도 정무위 회의에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했으나 반대하면 부정부패를 두둔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여야 두 간사를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이 정무위 분위기를 한 쪽으로 몰아갔다는 게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렇게 탄생한 정무위의 김영란법은 전 국민 가운데 1800만 명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륜도 깊지 않은 김용태, 김기식 의원이 언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멋지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켜버린 우를 범했다“고 평했다.

두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만약 김영란법이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거나 수정될 경우 누더기가 될지도 모르는 김영란법의 공적 1호는 김용태, 김기식 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헌법학자들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영란법의 위헌 판결 가능성을 예견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법학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보완입법은 어려워보인다"면서 "결국 과거 종합부동산세법처럼 김영란법도 국회 손을 떠나 헌법재판소에 넘겨져, 위헌결정을 받고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김 의원은 국민 여론을 따랐다는 주장을 할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과잉.졸속 입법임을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밀어붙인 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법조인은 “이번 기회에 법을 제정부터 하고 보자는 국회의원들의 입법 심리도 바뀌어야 한다”며 “제발 국회의원을 잘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김 의원에 이어 책임을 져야 하는 관련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에 쫓겨 졸속 처리에 앞장선 유승민, 우윤근 여야 원내대표와 조해진, 강기정 여야 정책위의장 등 여야 원내대표단, 그리고 여야 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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