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피격…"행사장 보안 허술했다"(종합)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5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가운데 5일 오전 행사가 열렸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입구에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 병원으로 후송되며 흘린 혈흔들이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윤창원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격 당할 당시 주변에 경호 인력이 한 명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사가 사전 등록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용의자 김기종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행사장에서 대기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5일 민화협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출입구를 바라보며 6번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오전 7시 40분쯤 리퍼트 대사가 입장한 뒤 자리가 정돈되자 아침 식사로 죽이 제공됐다.

이때 김씨가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갔고, 그는 김씨가 자신에게 인사를 청하러 온 것으로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습격을 당했다.

곧바로 참석자 여러 명이 달려가 김씨를 제압했고,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목격자들은 이 과정에서 미국 대사관이나 경찰 측 경호 인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5번 테이블에 앉았던 한규범씨는 “대사가 피격됐는데 달려온 경호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며 “오히려 참가자들이 김씨를 제지했다”고 말했다.

민화협 측도 경호가 허술한 점을 인정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 신청으로 참석자를 받았고, 불가피한 인원에 대해서만 신분 확인 후 현장 등록도 이뤄졌다.

하지만 김씨는 200여 명의 사전 신청 인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화협 김영만 홍보위원장은 “행사장 입구에 민화협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참석자들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의 과정에서 출입 인원 통제가 엄격하지 못했다”며 “전적으로 민화협에 보안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리퍼트 대사가 평소 경호 대상이 아니고, 이번 행사로 인한 경호 요청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 대사뿐 아니라 어떤 주한 대사도 경호 대상으로 선정된 적 없다”며 “오늘 행사도 사전에 경호 요청을 받은 바 없어 경비 인원이 아닌 정보과·외사과 형사 각 1명씩만 행사장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사건 이후 경호 요청을 받고 2개 팀 7명을 리퍼트 대사와 부인 주변에 배치해 또다른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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