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2~5위까지 네 팀의 순위다. 정규리그 우승팀과 플레이오프(PO) 진출팀이 모두 결정된 가운데 이들 팀의 순위만 미정이다.
2, 3위의 차이는 엄청나다. 2위는 4강 PO에 직행하는 반면 3위는 6강 PO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36승17패, 공동 2위인 동부와 SK의 운명이 5일 갈린다. 4, 5위는 6강 PO에서 어차피 만나지만 홈 1, 2차전을 먼저 쓰는 4위가 유리하다. 공동 4위 오리온스와 LG의 운명도 5일 결정된다.
일단 동부와 오리온스는 이기면 된다. SK와 LG는 반드시 이기고 경쟁팀이 져야 상위 순위에 오른다. 일견 유불리가 갈리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욕심과 긴장을 지나치게 가지면 오히려 일을 그르쳤던 교훈이 최근 순위 싸움에서 전해졌다. 그렇다고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과욕은 금물이며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정규리그 최종일의 키워드는 그래서 '계영배(戒盈杯)의 법칙'이다. 술이 너무 차오르면 넘치는, 그래서 적당한 취기를 유지하게 만드는 잔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을 맞는 5일 그 의미는 더 크다.
▲동부-SK, 연패 홍역 속에 큰 깨달음
4강 직행을 다투는 동부와 SK는 차례로 연패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순위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생기자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는 SK에 먼저 찾아왔다. 전반기까지 SK는 1위를 달렸다. 모비스와 0.5경기 차로 어지간하면 4강 직행이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일 LG전을 시작으로 충격의 5연패를 당했다. 동부, 전자랜드, 모비스 등 강팀은 물론 10위 삼성에도 덜미를 잡혔다.
그 사이 동부가 2위로 올라섰고, SK가 3위로 밀렸다. 주장 박상오와 에이스 김선형 등 SK 선수들은 "정규리그 우승, 선두권 레이스가 치열하다 보니 너무 긴장을 했다"면서 "선수들끼리도 너무 조급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동부는 이날 69-75 패배를 안으며 4강 직행 기회를 미뤄야 했다. 여기에 SK에 공동 2위를 허용, 순위 싸움을 최종일까지 펼치는 상황을 맞았다.
동부가 유리하긴 하다. 5일 상대는 삼성, 올 시즌 5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방심은 독약이다. SK가 그랬다. 똑같이 5승으로 초강세를 보였던 팀에 잡혔다. SK 김민수는 "삼성을 쉽게 봤다가 바보가 됐다"고 아픔을 곱씹었다. 과유불급이나 어느 정도 긴장감은 채워야 한다.
▲오리온스, SK 고비…LG, 독오른 KCC 넘어야
SK는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5일 맞붙을 상대의 처지도 급하다. 4위를 확보하고 싶은 오리온스와 원정이다.
다만 SK는 동부가 승리하면 시즌과 상대 전적이 같아도 상대전 공방율이 크게 뒤져 3위가 된다. 그런 만큼 마음은 비우고 경기에만 집중한다는 자세다. 김민수는 "순위보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PO에 가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더 일찍 그 마음가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그 자세가 나와 다행일 터였다.
오리온스는 이기면 된다. LG도 이기면 역시 시즌과 상대 전적이 동률이지만 공방율에서 앞서 4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사실 SK가 버겁다. 올 시즌 1승4패로 뒤져 있다. 여기에 홈에서는 죄다 졌다. 지난 시즌은 6전패, 2012-13시즌도 1승5패로 극도로 약했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석연찮은 판정도 끼었던 게 사실이다. 오리온스로서는 포기는 금기어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울 필요도 있다. 달려들어 당하기보다 올 시즌 첫 경기 승리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분해진다면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
하지만 KCC도 다급하다. 5일 진다면 구단 역사상 최다패 불명예를 안는다. 현재 12승41패에 1패만 더하면 2012-13시즌 13승41패를 넘게 된다. 현대 시절부터 명가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생긴다. 궁서설묘(窮鼠齧猫),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LG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술은 차면 넘치고, 달은 차면 기운다. 공교롭게도 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과연 어느 팀이 잔의 주위(酒位)를 알맞게 조절할 수 있을지, 팀의 기운을 얼마나 완전한 원의 모양에 맞출 수 있을지, 축배를 들고 보름달을 즐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