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또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축의금이나 부의금 문제와 얼마까지의 식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 등은 대통령령으로 넘겼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영란 법' 왜 축·부의금 규제는 미루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구체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거냐?
= 아직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금액 상한선을 두게 될 거다. 법률에는 경조사비는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경조사비의 금액은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김영란법' 8조 3항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 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호에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교나 의례 부조를 목적으로 하는 음식물이나 경조사비 선물 등은 주고받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대통령에서 정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왜 이 문제는 미루는 거냐?
= 사실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기세라면 축·부의금 문제도 규제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조사비를 없애자고 할 수는 없는 문제고 또 법률에 축·부의금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정하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 일거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김영란법 처리를 위해 원내 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법사위 간사로 구성된 여야 4+4 회동에서 '축·부의금'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안 수석은 "축 부의금 문제는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면서 "그렇게 해야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구체적인 금액은 언제쯤 정해질까?
황인선 국민권익위원회 부정청탁방지법 시행령 제정 T/F 팀장은 "축·부의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여론조사나 설문조사를 통해 금액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팀장은 "지금 공직자들에게는 윤리강력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언론인과 사학임직원이 포함됐으니 같은 수준으로 할 지 아니면 구분해서 나눌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만큼 조속한 시일 안에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 15조에는 "경조금품의 제한을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를 5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사나 선물의 한도는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 조화는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 가장 중요한 건 금액 아니겠나?
= 대략 5만 원 선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금액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공무원윤리강령에는 3만원(식사제공), 5만원(경조사비), 10만원(화환)이라고 규정돼 있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김무성 대표의 말대로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회적인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액수 문제가 쉽게 결론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정치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축의금, 부의금 등 경조 금품 관련 규정을 두어 일정 금액 이상 경조 금품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5만 원을 초과하는 경조 금품 주고받기를 제한하자"고 밝힌 적이 있다.
공무원 윤리강령이 2003년 제정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경조사비를 상향할 경우 그에 따른 논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공무원 윤리강령에 5만원 그리고 전직이지만 야당의 대표가 5만원으로 제안한 전례가 있는 만큼 그 금액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축의금이나 부의금은 형편대로 친소관계에 따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걸 법으로 규제하는 게 맞나?
= 사실은 그렇다. 김영란법이 워낙 파괴력이 있다 보니까 이번 기회에 '상호부조'에서 '상호부담'으로 변질되고 있는 경조사비를 정비하자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구체적으로 제한하자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금액을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이런 주장들이 나오느냐 하면 실제 어떤 권력기관 소속의 고위공직자가 상을 당하거나 했을 경우 부의금이 수억 원이 들어왔다거나 어느 국회의원의 상에 수억 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김영란법의 취지인 만큼 축·부의금 문제도 바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 호텔 예식장의 경우 식대만 10만원이 넘는데 그걸 어떻게 규제하나?
이런 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1인 식대가 14~5만원인데 축의금을 5만원으로 제한한다면 그게 타당할까라는 의문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경조사비를 법령으로 일률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능력이 있거나 형편이 되는 경우 또 친분관계에 따라서는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많이 할 수도 있고 적게 할 수도 있는 문제다.
한 중견법조인으로부터 들은 얘긴데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축·부의금으로 알고지내는 사이면 20만원 좀 친하면 30만원이 기본이라고 한다. 이걸 일반 직장인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는 문제다.
대기업 CEO의 경우에는 많게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윤리강령에 5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는 주지도 받지도 못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를 김영란법에서 규제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바로잡힐지는 의문이다.
▶ 사실 직장인들이 경조사비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 아닌가?
= 김영란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직장인들 대부분이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7일 리서치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직장인 50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경조사비가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2.4%에 달했다. '약간 부담된다'는 64.6%, '매우 부담된다'는 27.8%다.
경조사비는 '상호부조'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상호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전직 차관급 공직자는 "과거 부하직원의 경조사에 5만원만 낼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퇴직 후 연락을 끊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최근에는 결혼식을 가족 행사 내지는 '작은결혼식'의 형식으로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소박하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법조인은 "두 번째 자녀 결혼식 때는 청첩장을 보낸 사람이 50여명 안팎이었다면서 꼭 연락해야 할 사람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같은 법인에 근무하는 동료 변호사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세무사는 자녀의 결혼식을 조용하게 마친 뒤 지인들에게 문자를 통해 뒤늦게 자녀의 결혼식을 치렀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형편이 되거나 고소득 전문 직종에 국한 돼 있지만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 조금 다른 얘기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는데?
= 그렇다. 김영란법이 통과된 지 하루만인 4일 대한변협은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할 사명을 띤 법률가단체로서 이 법이 위헌 요소가 담긴 채 시행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은 "이번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규율대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민간 언론'을 법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하여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며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국회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특히 민간영역인 언론사 종사자(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를 포함시킨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며, 이대로 시행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침해되고, 무엇보다도 수사권을 쥔 경찰이나 검찰이 이 법을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은 원고의 적격성 등을 고려해 현직 언론인을 대리하는 방식으로 이르면 5일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할 예정이다. 언론인의 범위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 않는 '민간 언론'에 한정할 방침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4일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이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규율 대상인 '공직자 등'에 언론사 임직원을 포함한 것에 대해 "공직자를 규율하는 법률을 민간인에까지 적용해 권력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작용을 방지하고 검찰권 남용 등을 견제할 수 있도록 법령 보완이나 후속 입법 작업 등을 충실이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도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4일 언론인터뷰에서 "실질적인 위헌 소송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고 해당자들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자문 결과 사립학교 교사들과 관련 기관들을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과잉입법 문제로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50만명 교육자 및 그 부부는 부정부패 척결이란 취지에 동감한다"면서도 "이미 관련 규정으로 금품, 향응 수수에 대한 강한 징계가 있는데 이중처벌, 과잉입법이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 법률제정 하루 만에 보완 얘기가 나오는 것도 졸속입법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법 미비점,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법 시행이 유예된) 1년 반 준비 기간 동안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졸속입법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한 날짜는 지키자"며 "(법안의) 부족한 부분은 또 개정하면 된다. 완결한 법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미 '졸속 입법'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4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도 여론 때문에 통과 안 시키면 엄청난 꾸지람이 있으니 통과는 일단 시키되, 문제 있는 조항들은 빨리 서둘러 보완을 하자, 이런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둘러 통과시켰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국회법사위원회의 논의에서도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한 달 늦춘다고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며 보완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영란법은 미비가 아니라 과잉이고, 정치권의 '오버'"라면서 "내년 총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법 시행 전에 보완입법은 어려울 것이다. 비판여론 때문에 보완을 거론했지만, 이 법은 국회의 손을 떠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과거 종합부동산세법처럼 김영란법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거쳐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종부세법은 당시에도 법학자 10명 중 9명은 부부합산 과세 등에 위헌 의견이었다"며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과 사학까지 넣은 것은 사적자치에 대한 국가의 과잉개입이다. 그런 걸 알면서 이렇게 입법을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