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법 미비점,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법 시행이 유예된) 1년 반 준비 기간동안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졸속입법이었음을 사실상 자백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그동안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지적이 나왔는데도 별로 시정된 것 없이 입법됐다. 졸속입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태"라고 한탄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집을 애초에 잘 지어야지, 일단 급하니까 지어놓고 나중에 수리하자고 달려들면 그게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재선의원은 "혼란의 책임은 결국 여야 지도부에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해서 벌인 일이니까, 그들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 법이 워낙 획기적인 법이다. 그것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문에 혹여 입법적 완결성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는 뜻이지, 당장 입법에 착수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윤근 원내대표의 경우 입법 당일인 지난 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미 '졸속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한 날짜는 지키자"며 "(법안의) 부족한 부분은 또 개정하면 된다. 완결한 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발언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어제(지난 2일)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필요하면 합의해서 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완결된 법은 없다'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기부정도 문제지만, 이는 결국 야당이 애초부터 완성도 높은 법이 아니라 '개정을 전제로' 졸속입법에 나섰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 돼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법학자이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영란법은 미비가 아니라 과잉이고, 정치권의 '오버'"라고 단언했다. 그는 "내년 총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법 시행 전에 보완입법은 어려울 것이다. 비판여론 때문에 보완을 거론했지만, 이 법은 국회의 손을 떠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과거 종합부동산세법처럼 김영란법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거쳐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종부세법은 당시에도 법학자 10명 중 9명은 부부합산 과세 등에 위헌 의견이었다"며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과 사학까지 넣은 것은 사적자치에 대한 국가의 과잉개입이다. 그런 걸 알면서 이렇게 입법을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