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원년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 2시즌 연속 우승을 내줬다.
게다가 겨울리그 9연패와 77연승을 이끈 김세진이 2006년 6월 은퇴했고, 신진식과 김상우도 2007년 7월 코트를 떠났다.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외국인 선수 안젤코에게 공격을 몰아줬고, 2007~2008시즌 다시 정상에 섰다. 이른바 삼성화재 '몰빵 배구'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삼성화재는 왜 '몰빵 배구'를 해야 했을까. 그것은 삼성화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매년 챔프전 진출…신인 뽑기 어려워
삼성화재가 V-리그 원년부터 드래프트로 뽑은 선수를 살펴보자.
매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딱 두 시즌 현대캐피탈에게 우승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정상에 오른 탓에 1순위 지명, 아니 상위권 지명도 언감생심이었다. 그나마 현대캐피탈에게 연속 우승을 내준 뒤였던 2007~2008시즌 전 얻은 2순위 지명권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그 때 뽑은 선수가 바로 세터 유광우다.
그리고 현재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센터 지태환을 2011년 6순위로, 라이트 김명진을 2013년 2라운드에서 뽑았다.
FA로 박철우를 영입했지만, 세터 최태웅을 보상 선수로 내줘야 했다. 또 여오현을 FA로 뺏기면서 이선규를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트레이드도 적극 활용했다. 우승의 숨은 조력자인 류윤식, 곽동혁, 황동일 모두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거포가 없었다.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 데뷔한 거포는 신영수, 김학민(이상 대한항공), 김요한(LIG손해보험), 문성민(현대캐피탈), 최홍석(우리카드), 전광인(한국전력) 등이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드래프트에서 이들을 뽑기는 커녕 기대도 못했다.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신영석(상무), 곽승석(대한항공), 서재덕(한국전력), 최민호(현대캐피탈) 등도 삼성화재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결국 '몰빵 배구'는 삼성화재의 필수 조건이 됐다.
레오의 올 시즌 공격점유율은 61.2%다. V-리그에서 공격점유율 50% 이상은 레오가 유일하다. '몰빵 배구'라 비난을 받는 이유다. 어쨌든 레오는 득점 1위(1259점), 공격성공률 2위(56.84%)다. 특히 오픈 공격성공률은 56.48%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서브(세트 당 .567개) 역시 1위다.
사실 외국인 선수 이름값에서는 다른 팀들이 앞선다. 시몬(OK저축은행)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픈 세계 최고 수준 선수고, 산체스(대한항공) 역시 쿠바 대표 출신이다. 쥬리치(한국전력), 에드가(LIG손해보험)도 각국 대표팀을 거쳤다.
반면 레오는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선수였다.
삼성화재를 잡으려면, 결론은 간단하다. 다른 팀도 '몰빵 배구'를 하면 된다. 문제는 '몰빵 배구'를 못한다는 점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몰빵 배구'가 아닌 철저한 '분업 배구'이기 때문이다.
레오가 오픈 공격을 전담하고, 센터진은 속공과 블로킹을 책임진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일단 수비를 한 뒤 찬스가 오면 스파이크를 때린다. 레오의 성공률이 높은데 굳이 다른 루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대신 나머지 선수들이 다른 부분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유광우도 "성공이 되기 때문에 레오에게 준다. 내가 돋보이려고 토스를 나누면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 세터로서 자신의 욕심을 버린 셈이다.
신치용 감독도 "몰빵 배구가 아니라 분업 배구라 불러달라"면서 "모든 선수는 자기가 결정을 내고, 주목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 다른 선수들이 희생을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