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의존도 95%, 기름값에 널뛰는 경제

빨간불 켜진 경제지표들, 기름값 빼고보면…다른 모습

연초부터 각종 경제 지표가 빨간불이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고, 0%대 물가가 석 달 연속 계속되는 등 지표상으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지표들은 실제 우리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저유가 현상으로 상당부분 지표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말하면 우리 산업에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뜻이다. 기름값 추이에 따라 경제가 널뛰기를 하는 형국이다.

◇ 수출입 동반하락, 석유류 빼고 보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국제수지상으로 지난 1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나 줄었다. 수입액은 이보다 더많은 17%나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69억불 흑자가 났다. 수치상으로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서 흑자가 발생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저유가의 함정이 있다. 국제유가를 비교해보면, 작년 1월에는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가 넘은 반면, 지난 1월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49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단 같은 양의 석유를 수입해, 수입량은 그대로라도 원유 수입액 자체는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같은 이유로 우리 주력 수출업종인 석유화학 업계의 제품 수출 가격도 급락해, 1월 수출액 감소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사실 석유류 제품을 빼고 보면,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었다. 한국은행 노충식 팀장은 "통관 기준으로 보면 국제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류나 석유화학제품을 제외한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6.6% 증가했고, 에너지류를 제외한 수입도 5%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석달째 0%대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놓고도 수요부족으로 인한 경기침체 즉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저유가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무려 1.29%p나 끌어내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농산물 가격을 비롯해 전세값이며 서비스요금 등이 줄줄이 올랐지만, 이 모든 것이 석유류 가격하락에 묻혔다. 실제로 석유류를 빼고 계산하면 물가 상승률은 2%대로 훌쩍 올라간다.

◇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존도 95%25…유가에 널뛰는 경제구조

(자료사진)
이렇게 국제유가에 경제지표가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비단 석유화학 업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구조가 수입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5%, 이 중 석유에만 25%를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의 에너지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에 집중돼 있어, 산업용 전력소비 비율이 전체의 52%를 차지한다.

OECD국가들이 대체로 산업용 전력소비 비율이 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산업부문의 전기 소비가 월등히 높은 구조다. 또 2012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발생량을 봐도 발전을 포함한 산업부문이 전체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소비가 많다보니 석유류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당분간 저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이 관련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장기적으로는 석유가격에 널뛰기하는 우리 산업 구조 자체를 개편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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