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웃음짓는 검찰', 고삐 쥘 사람은 어디에…

3일 오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재석 247인,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영란법' 통과를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던 지난해 말,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김영란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우리야 대가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으니 일하기는 더 쉬워지겠지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국회가 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 10월부터 김영란법은 현실이 된다.

공직자는 물론이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이사들 중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자신과 배우자가 수수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면키 어렵게 된다.

물론 이들에 대한 처벌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 손에 달렸다.


지나치게 넓은 형사처벌 대상과 벌칙의 과중성 등 김영란법을 둘러싼 쟁점은 법안이 통과된 현재에도 여전하지만, 가장 직면한 우려는 검찰에 의한 김영란법의 남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정치적으로 권력과 대척점에 있던 정치세력에 대한 검찰의 편파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의 수장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물론이고 한명숙 전 총리 등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사회적 논란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어져 왔다.

검찰의 남발된 기소가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경우는 법원이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할 때뿐이었지만 이마저도 김영란법 통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더구나 김영란법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검찰 권력의 감시기능을 자임했던 언론마저 검찰의 눈치를 살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한 해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건만 12건에 달하는 등 적극적인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박근혜 정부와 검찰이기에, 김영란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가능성은 상당하다.

검찰이 김영란법을 남용하지 않는다 해도 언론의 검찰에 대한 감시기능 위축은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며, 언론사 스스로 검찰 비판 기사를 자제하는 '자기검열' 현상마저 생겨날 수도 있다.

김영란법은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 일체의 비용을 모두 합산해 1년에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받으면 대가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도록 못박고 있다.

취재활동을 위해 수많은 외부인들과 접촉해야 하는 언론인들에게 자칫 이런 가이드라인은 투명한 족쇄 역할을 할 수 있다.

학계에서도 김영란법의 과도하게 넓은 법적용 대상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투명화'라는 본질은 비켜난 채 부작용만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선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면서 '보여주기식'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공직자들의 유관기관 취업과 법조인들의 전관예우 등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근본적 뿌리에 대한 비판을 흐리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영란법이 언론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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