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경제이주민' 된 탈북자, '남조선 판타지' 깼다"
② 이미지 파는 탈북 장터… "막말해도 됩네까?"
③ '완장 찬' 탈북 1세대는 왜 '반기'를 들었나?
간암 판정 후 두 달도 안 돼 숨진 장씨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정옥임 이사장으로부터 협박죄로 고소를 당한 탈북자다.
지난해 1월 탈북자단체 대표들과 재단 측 인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정 이사장을 겨냥해 "용광로에서 한 번 쇠에다 달아야 되겠다"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탈북자 단체들은 "장씨가 고소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서 정 이사장을 겨냥한 해임 촉구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탈북자 단체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산하 기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배경에는 탈북자 지원 사업 예산 250억 원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있다.
다툼의 한 축은 장씨를 비롯해 탈북자 단체 100여 곳이 모였다는 '북한이탈주민정책 참여연대'(이하 북정연)로, 지난 2013년 11월 결성됐다.
이들은 통일부와 재단에 탈북자들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시킬 것과 각종 탈북자 사업에 탈북자 단체들의 참가비율을 높여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4년 귀순해 현재 북정연 공동대표라고 밝힌 한창권 씨는 "탈북자는 탈북자가 안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작 탈북자들은 수혜를 입지 못하고, 공무원 월급 등 재단 유지비로 100억대 예산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옥임 이사장도 한씨와 정씨 등을 고소한데다 탈북자 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바로잡겠다"는 발언으로 전면전을 예고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씨가 3년여 동안 4개 단체장을 지내며 1억 9000만여 원을 받은 사실이 지적된 점을 거론하면서 갈등의 불씨에 불을 지핀 것.
여기에 귀순한 지 20년 안팎 된 탈북 1세대의 발언이 탈북자 사회 전체를 대표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탈북 1세대들이 예산을 타내기 위해 우후죽순 단체를 만들고 간판도 없는 단체들까지 생겨나는 현실 속에 오히려 '조용한' 탈북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인 현인애 박사는 "거의 남한 사람이나 다름없는 오래된 탈북자들이고, 단체들도 삼삼오오 모이거나 나홀로 단체인 곳이 많아 대표성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역시 탈북자 출신인 현 박사는 이어 "탈북자 정책은 어두운 곳을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이렇게 대립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는 자와 받는 자라는 이분화된 구도에 불만을 터뜨리며 탈북1세대가 정책과 예산의 주도권을 쥐려하면서 이를 둘러싼 다툼 양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