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에 대해 포괄적인 금품수수 금지조항을 담고 있다. 즉, 8조 1항은 공직자에 대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1년(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 요구, 약속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금품은 밥값, 술값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직무 관련이 있건 없건,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음식점·주점 직격탄 "손님 줄어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는 음식업계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로 인한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법이 시행되면 손님이 줄어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1명이 정치부 기자 2명과 음식점에서 30만원 가량의 음식을 먹고 국회의원이 음식값을 냈을 경우 기자는 1인당 10만원을 수수한 것이 된다. 100만원 이하인 경우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위반행위의 2~5배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식사를 하지 않거나 가격이 저렴한 식사를 해 식당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 골프장도 타격…1인당 40만원짜리 골프접대 8번 받으면 처벌
공직자들과 언론사에 관행화된 접대 골프 문화와 골프장 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골프 접대는 금품이 오가는 것과 달리 심리적 부담이 적어 공직 사회와 언론계에 일반화된 관행이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자칫하면 김영란법을 적용받게 될 수 있다.
기업체 홍보관계자 등에 따르면 주말 접대골프의 경우 1인당 40만원 정도가 든다. 이에 따라 동일인으로부터 40만원짜리 접대 골프를 8번만 받으면 '300만원 초과 기준'에 따라 김영란법이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주말 영업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업계에는 경제부처 공무원이나 언론사 해당 부서 기자들과 정기적으로 사교성 접대골프를 치는게 관행화돼 있다"며 "세부적인 시행방침이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는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데 법 시행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김영란법이 갖는 파괴력이 워낙 커 모임이나 만남도 조심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 유통업계 된서리…업계 "법 취지에는 공감…수익 감소 대책 마련되야"
백화점과 선물업체 등 유통업계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포 후 1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큰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수익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해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 이라며 "관련 업계의 매출 감소를 보존하거나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김영란법 통과로 음식점 영업이나 선물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상품권과 선물 판매가 감소해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직자'가 돈이나 음식을 접대받더라도 '사교나 의례’에 해당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이법 8조 3항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음식물이나 경조사비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가액 범위 내 금품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대통령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