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이미테이션 게임'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1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다루고 있다. 실화영화에 깊이 몰입하는 한국 관객에게는 충분히 매력저인 이야기다.
그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최초의 컴퓨터를 개발해 독일군의 난공불락 암호체계인 '애니그마'를 해독한다. 고독한 천재인 그는 암호해독팀에서 비로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잠시나마 인간적인 삶을 꿈꾼다.
그러나 세게 2차 대전이 끝난 후,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인 사실이 발각돼 강제로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된다. 비밀스러운 전쟁 영웅이었던 그는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영화는 수학자 앨런 튜링과 인간 앨런 튜링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춘다. 그의 뛰어난 천재성을 보여주다가도, 철저히 고립된 속성을 교차시키며 유기적인 드라마를 구성한다. 오히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후자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적인 관점에서 앨런 튜링을 바라본다.
그가 개발한 최초의 컴퓨터도 그렇다. 컴퓨터는 단순히 앨런 튜링의 대단한 업적 혹은 기계가 아니라 아픈 첫사랑의 기억과 고독한 현실이 녹아 있는 앨런 튜링, 그 자체를 의미한다.
다소 정적이고 담담한 이 영화가 따분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후광 효과 때문일까. '이미테이션 게임'은 2015 아카데미 시상식 징크스도 피해갔다. 관객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니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이 노미네이트돼 각색상을 받은 것까지 장점으로 더해졌다. 그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대다수 외화가 국내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경쟁작인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처럼 유쾌한 오락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모든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들의 눈에 띄었고,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이미테이션 게임'은 한국 관객들을 향한 흥행가능성의 게임에 성공을 거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