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정지아, 부치지 못한 '사월의 편지'

[신간] 사월의 편지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정)지아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엄마하고도 친구하고도 놀이하듯 편지를 주고받았다. 소설 쓰기를 즐겼고 시도 곧잘 썼다.

일하는 엄마는 혼자 밥 먹고, 놀고, 공부할 지아를 걱정하며 편지를 썼다. "올바른 길로 가는데 엄마가 다리가 되어 도와줄게. 비가 오면 우산이 되고, 눈이 오면 따뜻한 옷이 되고,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면 방어막이 되어 줄게." 그럼 지아는 "난, 다음 생엔 내가 엄마가 돼서 꼭 더 사랑해줄 거야"라고 답했다.


친구들과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기 이틀 전까지도 편지를 나누었다. "고2, 우리 여섯이 뭉치고 맞는 첫 친구 생일이야." "정말 울고 싶을 때 항상 옆에 네가 있었는데!" "넌, 내가 가장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친구야."

지아와 특별히 친했던 여섯 중 다섯이 세월호 참사로 같이 희생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혜린이의 인터뷰를 통해 희생된 아이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지아랑 손 잡고 있었는데 올라가려면 손을 놓아야 되잖아요. 지아가 저 보면서 자기는 못 가겠다고 그렇게 말을 했어요. 그때 저는 헬기로 가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따가 배 타고 와, 이렇게 말하니까 지아가 알았어, 그러더라고요."

지아가 남긴 글 속에는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가 살다간 짧은 인생이, 그렇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끔 학교 인조잔디에 불장난을 해서 불려가거나, 왕따를 시켜보고 왕따도 당해본 경험이 포장하지 않은 채 들어있다. 삶이 '매일 축제이고 쓰레기장'이었다는 지아의 고백처럼 내용이 솔직하다.

지아는 축구선수 기성용을 좋아해서 축구소설을 썼고, 섬마을에 사는 10대의 사랑 이야기도 지었다.

신간 '4월의 편지'는 지아 엄마인 지영희 씨가 엮었고, 지아의 친구 혜린이가 표지그림을 그렸다.

사월의 편지 / 지영희 엮음 / 서해문집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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