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그러나 이 보고서의 발표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투력을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요하기 위한 보고서'라는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남북 군사력 2 :11? 왜 이런 보고서가 자꾸 나오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남북한의 군사력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거냐?
= 먼저 수치상으로는 북한의 군사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방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방백서에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분석 하는데 지난 1월에 '2014 국방백서'가 발표됐다.
이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년여간 공군을 1만여명 증원해 전체 병력이 120만여명으로 늘어났다. 남한의 병력은 '국방개혁 2030' 계획에 따라 지난 2012년 63만 9천여명에서 2014년 63만여명으로 9천명 가량 줄었다. 예비군 병력도 한국은 320만 명으로 770만 명인 북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탱크는 남한이 2400대인 반면에 북한은 두 배 가까운 4200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기는 남한 400여대로 북한의 820대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와 지대지미사일 발사대, 해군 전함, 잠수함, 수송함 등에서도 한국은 모두 북한에 숫자적으로 뒤졌다.
남한은 장갑차와 헬리콥터 2개 항목에서 각각 2700대와 680대를 보유해 2200대와 300대인 북한보다 많은 숫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보수성향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이런 수치상 비교를 통해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서 엄청난 열세"라며 '2:1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 수치상 열세인 것은 맞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실질적인 전력평가는?
= 전투기만 비교해보면 수치상 400vs820으로 북한의 절반이하지만 성능면에서는 비교불가라고 한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북한은 8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전투기를 도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차도 수치상은 2400vs4200으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성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라크전에서 이라크가 압도적인 전차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패전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남북한 군사력이 2대 11일 수준이라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최근 평가와 관련해 "국방부로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가령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가 있는 집에 옛날에 쓰던 석유곤로가 있다면 이것을 음식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군은 오래된 것(무기들)은 운영비가 많이 들고 실질적인 전투력은 발휘하지 못해 빨리 빨리 폐기하지만 북한은 재래식 전투력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며 "전투력을 비교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래된 무기까지 단순숫자만 비교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분석이어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탱크만 비교하면 러시아는 15,398대인데 미국은 8,848대로 절반수준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군사력이 압도적 우위라고 평가해야 하나?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는 "남한이 북한보다 재래식 군사력과 전쟁 수행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밝힌적이 있고,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비행 훈련은 연 12~15시간인 반면에, 한국군은 월평균 15시간"이라고 밝혔다.
▶ 군사력의 비교는 단순무기체계 뿐만아니라 인구나 경제력 이런걸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독립적인 군사력 평가 연구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는 남한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총인구수와 경제력, 무기보유 등 40가지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남한은 세계 7위의 군사대국인 반면에 북한은 36위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서 핵무기는 제외됐다.)
물론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의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건 사실이므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예비역장성출신인 한국전략문제연구소 김왕구 편집장은 "2:11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심각한 불균형이다. 북한이 우리보다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건 사실이다. 그걸 무시하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면서 "대비를 잘할 생각을 해야지 아니라고 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진단했다.
김 편집장은 "지금은 병력 증강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얘길 안 한다"면서 "병력을 늘리려면 복무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표를 의식해서 그런 얘길 못한다"고 꼬집었다.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비대칭 전력에서는 북한이 우위를 보이는 건 사실아닌가?
미사일 전력도 북한이 월등하게 우세하다. 국방백서는 북한 미사일 능력과 관련해, "다섯 차례의 장거리탄도탄 발사를 통해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스커드(300∼500km), 노동(1천300km), 무수단(3천km이상) 미사일 등 1천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작전 배치하고 있다.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1만km에 달한다.
북한이 비대칭 전력에서 앞서는 건 이미 재래식무기로는 경쟁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NSC에 근무한적이 있는 한 예비역 장성은 "재래식 무기의 군사력은 90년대 초반에 뒤집어 졌다고 봐야한다"면서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압도적이다. 해가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북한입장에서는 군비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면서 "재래식 무기의 수치상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 그런데 왜 이런 보고서가 자주 나오는 거냐?
그렇지만 이런 보고서들이 나오는 걸 자세히 따져보면 타이밍상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다.
김광진 의원은 "해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나 이와 연관된 기사들이 쏟아지는 건 싸드(THAAD) 배치와 같은 군비확산을 추진하고 싶은 쪽에서 얘기를 흘려서 위기를 크게 하려는 것 같다"면서 "지금 시점에서의 역할은 객관적인 정보에 의거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 방산업체나 연관된 산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정보가 아니겠나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이런 보고서는 "무기좀 사달라 그런 논조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일 있을 때마다 전작권 연기나 MD나 싸드나 이런 것들의 시류에 맞추는 것으로 지금도 싸드 포함해 미사일 방어, 군비증강 이런걸 노린 보고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장성도 "미국 연구소들의 북한 전력과 관련된 보고서는 근거가 미약하거나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아래에서 소련을 이른바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규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른바 '스타 워즈(Star Wars)로 불리는 궤도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세우려는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계획을 세우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