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3,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부동의 4번타자였다. 한국에서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오릭스 버펄로스, 소프트뱅크에서 줄곧 4번만 쳤다. 그런 이대호가 욕심을 잠시 버렸다. 바로 우승을 위해서다.
이대호는 지난 1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시범경기에 5번타자 겸 1루수로 출전했다.
타순은 바뀌었지만, 이대호는 4회 2사 2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스포니치 아넥스도 "지난해 전 경기에 4번을 친 이대호가 실력을 과시하며 시범경기 3연승을 이끌었다. 3번 우치카와 세이치, 4번 야나기타 유키가 넘어져도 5번에 이대호가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홈런 페이스가 빠르다. 지난해에는 45타석 만에 시범경기 첫 홈런이 나왔지만, 올해는 5타석 만에 터졌다.
이대호는 "홈런이 너무 빨리 나왔다. 지금은 최악의 상태가 더 좋다"고 웃었다.
지난해 4번에만 섰지만, 올해는 타순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날도 4번이 아닌 5번에 배치됐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우치카와와 야나기타가 3~4번으로 번갈아 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 처음 맛본 우승의 감격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마음을 비웠다.
이대호는 "4번을 고집하지는 않겠다. 5번 타순에서도 내가 할 일은 변험이 없다"면서 "가장 좋은 시즌이 되도록 몸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우승은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이었다. 다시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니치 아넥스도 "지난해 우승을 경험하고 변했다. 100타점을 시즌 목표로 들어왔지만, 올해는 '팀 우승'을 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야후오크돔의 펜스가 낮아진 뒤 터진 첫 홈런이다. 큰 구장과 높은 펜스 덕에 홈런에서 손해를 좀 봤지만, 올해는 펜스가 5m 정도 앞당겨졌고, 펜스도 5.85m에서 4.2m로 낮아졌다. 이대호의 홈런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스포니치 아넥스도 "새로워진 야후오크돔 1호 홈런"이라고 강조했다.
구도 기미야스 감독도 "나왔다.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기분 좋은 타구였다"고 기뻐했고, 스포니치 아넥스도 "이대호가 홈런 한 방으로 타선에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부동의 4번이 아니라도 빛을 잃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