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는 결국 숙소에서 정규리그 우승 소식을 들었다. 1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2-3위 맞대결에서 서울 SK가 2위 원주 동부를 제압하면서 매직넘버를 모두 지운 모비스의 우승이 결정됐다.
모비스 선수들은 우승 소식에 들뜰 겨를도 없이 바쁘게 구단 버스에 올라탔다. 2일 오후 인천에서 열리는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를 위한 여정에 오른 것이다.
인천으로 이동하는 길에 전화로 연락이 닿은 유재학 감독은 "숙소에서 원주 경기를 TV로 보고 바로 버스에 올랐다"고 말했다. 선수단 분위기를 묻자 "특별한 것은 없었다. 복도에서 만난 선수들이 한번씩 웃고 지나가더라. 다들 웃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우승을 축하하는 파티나 이벤트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원래 그렇다. 지금 다시 차분해졌다"고 웃으며 답했다.
모비스 특유의 분위기가 5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6번째(전신 기아 시절 1회 포함)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어냈다.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작년 한해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농구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소속팀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 지난 챔피언결정전 2연패의 주역 로드 벤슨이 퇴출되는 악재도 있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김재훈 코치, 조동현 코치의 지휘 아래 대만 윌리엄존스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탄탄하게 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유재학 감독과 대표팀에서 매니저를 맡았던 성준모 코치가 합류하면서 팀이 단단해졌다.
유재학 감독은 "팀을 비운 상황에서 내부 상황도 안 좋았고 수술한 선수도 많아 불안정한 상황에서 우승을 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역시 팀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으면 금방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유재학 감독은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양동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쳤는데 잘 견뎌줬고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한단계 더 발전한 모습으로 시즌을 치렀다. 비시즌동안 코치들이 팀이 망가지지 않게 잘 만들어준 것이 컸다.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스템의 힘은 놀라웠다. 유재학 감독은 2004-2005시즌부터 모비스 지휘봉을 잡았고 통산 5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11년 동안 5회, 두 시즌에 한 번꼴로 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