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는 동부의 4강 플레이오프(PO)행 티켓이 걸린 한판승부였다. 이기면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다. 지면 SK와 35승17패 동률이 돼 공동 2위가 돼 최종전까지 가야 할 판이었다.
이에 비해 SK는 한결 부담이 덜하다. 만약 동부에 이겨 상대 전적에서 3승3패로 맞서더라도 시즌 최종전까지 승패가 같으면 점수 득실률에서 뒤져 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4강 PO 티켓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박상오는 "사실 우리는 마음 비웠지만 동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동부 선수들이 '형, 오늘 좀 살살 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 짐짓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도 긴장한 낯빛이 역력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선수대기실에서 SK와 5차전 영상을 유심히 지켜봤다. 취재진과 문답하면서도 끊임없이 TV 모니터 쪽으로 눈을 돌렸다. 김 감독은 "전에도 봤지만 실제 경기에 들어가면 까먹어서 계속 보게 된다"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 시즌 도중 이충희 전 감독의 사퇴로 대행을 맡은 김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맞는 첫 시즌에 4강 PO에 직행할 기회였다. 김 감독은 "아직 정규리그가 끝나지 않았지만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라면서 "4강 PO 티켓이 걸린 데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 또 연패도 끊어야 한다"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순위는 안 본다"고 초연했던 지난 모습과는 분명히 달랐다.
동부의 전반은 썩 좋지 못했다. 1쿼터만 실책을 상대보다 2개 많은 3개를 범하며 15-19로 밀렸다. 2쿼터 한때는 15-22, 7점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다만 중반 이후 지역방어 등 수비가 살아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경민, 박병우 등의 3점포를 앞세워 34-37, 점수를 좁힌 채 전반을 마쳤다.
설상가상으로 동부는 39-43으로 뒤진 3쿼터 2분21초 데이비드 사이먼이 테크니컬 파울을 당했다. 앞선 공격 때 파울을 당했는데 휘슬이 불리지 않자 항의하다 당했다. 4분께 윤호영의 3점포로 45-45 동점을 이루기도 했지만 애런 헤인즈(18점 8리바운드)의 파상 공세를 막지 못해 3쿼터를 51-57로 뒤진 채 마쳤다.
결국 SK는 4쿼터 김민수가 폭발하면서 75-69 승리를 거뒀다. 김민수가 4쿼터만 14점 등양 팀 최다 21점을 몰아넣었다. 마지막까지 동부와 2위 싸움을 벌이게 됐다. 동부는 김주성이 15점 8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동부는 부산 케이티, 서울 삼성과, SK는 전주 KCC, 고양 오리온스와 3일과 5일 2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양 팀 공방율에서는 동부가 +37점으로 앞선다.
경기 후 김 감독은 "2점슛 성공률이 35%면 넣을 수 있는 것도 못 넣었다"면서 "남은 경기도 다 이겨야겠지만 연패를 끊어서 끊어서 팀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 관계자는 "사실 우리는 마음을 비웠는데 SK가 5연패를 당하면서 4강 직행을 노릴 수 있게 됐다"면서 "그러다가 선두 싸움이 보이면서 부담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없던 울산 모비스(37승15패)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위 동부, SK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려 남은 2경기를 모두 져도 상대 전적에서 모두 앞선다. 모비스는 4, 5위의 6강 PO 승자와 4강 PO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