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의 후임으로 기용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두 가지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보여준 인사스타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사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첫 번째는 이른바 ‘올드보이’라는 점이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1940년생으로 올해 75세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을 통틀어 가장 고령에 속한다. 1939년생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1살 아래다.
박근혜정부 각료나 청와대 참모가 모두 나이 많은 올드보이들인 것은 아니다. 내각에도 김희정 여성부 장관이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처럼 4,50대 젊은피가 포진하고 있지만 유독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의 핵심보직, 국가정보원장은 올드보이들로 채워진 청와대.정부내의 ‘상원’이다.
정권 출범초기의 권력진용을 보면 대통령 비서실장에 허태열(1945년생),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1944년생),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1949년생) 등이 60대후반에서 70대초반으로 요직을 맡기에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고 뒤이어 최고령의 김기춘 실장이 발탁됐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경륜이 축적됐다고 볼수 있는 반면 집중력과 판단력은 젊은 층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박지원 의원은 2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병기 원장을 발탁한데 대해 괜찮은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병호 내정자에 대해서는 고령이란 점이 업무수행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 60,70대이고 정치적 성향도 이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고령자를 선호하고 아버지시대에 어떤 형태로든 국가에 기여했던 사람들을 중용하는 경향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예외없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박근혜정부의 권부 실력자들은 대부분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군인이나 3,4공때 관료였던 인사들이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육사25기),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육사27기),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육사28기), 김병관 전 국방부장관 내정자(육사28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육사28기), 그리고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육사19기) 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당시 군의 주축을 이뤘던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고시에 합격한 정통관료 출신이고 역시 박정희시대에 정부에 발을 들여놨다.
국회 정보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27일 “범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박근혜정권이 레임덕에 직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사”라고 평가하면서 “21세기 기술혁명시대에 75세 국정원장 등 70대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세대갭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아버지세대를 잊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박영선 의원은 “8개월 밖에 안된 국정원장을 실장으로 쓴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고 현역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쓰면 여당 지도부는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원장 한 지가 얼마 안된 분이 가셔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소통에서는 잘 하실 걸로 기대한다. 사람을 떠나서 현직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인데. 정무특보가 되는 데 대해서 저는 좀 문제 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