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총기 난사 사건으로 경찰관을 포함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전모씨(75)의 유서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전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4분쯤 "작은아버지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엽총으로 쐈다"는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가 112신고에 접수됐다.
사건을 접수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과 이모 순경이 사건 발생 장소인 남양동의 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 도착한 시점은 오전 9시 38분.
이 때는 피의자 전씨가 자신의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를 이미 엽총으로 쏴 살해한 뒤였다.
이 경감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상황 파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 경감을 향해 "들어오면 다 죽이겠다"고 외치며 1차 위협사격을 했다. 이 경감은 이 순경이 방검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피해자들이 총에 맞을 것을 우려해 재차 진입을 시도하다 전씨가 발사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이 경감은 "총을 쐈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출동하면서 아무런 보호 장구도 착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더욱이 권총이 아닌 테이저건을 들고 출동했다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경감이 평소 의협심과 책임감이 강한 성품으로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테이저건만 들고) 달려간 것 같다"며 "또 용의자가 노인인 점을 감안, 테이저건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피의자와 평소에 안면이 있는 사이고, 뒤이어 도착한 경찰들이 방검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피해자들이 총에 맞을 것을 우려해 피의자를 설득하기 위해 진입하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경감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함께 출동한 이 순경은 112에 지원 요청을 했다. 곧바로 화성서부서 강력계 경찰 등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그 사이 피의자 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의자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남양파출소에서 사냥용 엽총 1정을 출고했다.
경찰은 전씨의 유서와 술을 먹으면 형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며 협박을 해왔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따라 가정 불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현장에서 회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