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나쁠수록 선두권?' 그 치명적 상관 관계

'누가 3점슛왕이 될까' 올 시즌 상위권 팀들은 공교롭게도 3점슛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점슛 성공률이 낮을수록 팀 성적이 좋았다. 사진은 올 시즌 3점슛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리오 라이온스(오른쪽부터), 허일영(이상 오리온스), 문태종(LG), 정영삼(전자랜드)의 슛 모습.(자료사진=KBL)
3점슛은 덩크슛과 함께 농구의 화려한 볼거리로 꼽힌다. 덩크가 거한들의 전유물이라면 3점슛은 상대적으로 작은 선수들의 장기다. 물론 이런 명제를 파괴하는 단신 덩커나 장신 슈터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올스타전에는 매년 덩크와 3점슛 왕을 가리는 콘테스트가 열린다.

3점슛의 치명적인 매력은 +1점이다. 다른 득점보다 1점 더 얻는 까닭에 건곤일척의 승부처에서 자주 쓰인다. 많은 점수 차에서 쫓는 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면 독이 된다. 3점슛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경기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50% 안팎의 2점슛에 비해 3점슛은 30% 남짓이다. 확률적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슈터는 팬들을,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말도 있다.

▲상위권, 3점슛보다 2점슛이 좋았다

올 시즌 프로농구도 이런 양상이다. 3점슛 의존도가 떨어지는 팀일수록 팀 성적이 좋다. 이길 확률이 높은 쪽을 선호하는 것이다.

26일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는 경기당 3점슛 성공이 꼴찌다. 4.7개가 들어갔다. 상위권이 대부분 그렇다. 2~4위 원주 동부, 서울 SK, 창원 LG는 3점슛은 각각 7위(4.7개), 9위(5.1개), 8위(5.3개)다.


성공률이 낮아서 그렇다. SK는 30.2%로 최하위고, 모비스(30.6%), 동부(31.11%)가 뒤를 이었다. LG는 32.5%, 5위로 그나마 나았다. 일단 팀 성적 1~4위까지는 3점슛이 썩 신통치 않다는 뜻이다.

'역시 농구는 확률이지' 2점슛 성공 선두권을 달리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모비스 리카르드 라틀리프, LG 데이본 제퍼슨, SK 애런 헤인즈.(자료사진=KBL)
다만 이들 팀은 2점슛 성공률이 좋았다. LG(55.9%), 동부(53.7%), 모비스(52.8%)가 1~3위였다. SK도 51.4%로 5위였다.

2점 성공도 상위권을 휩쓸었다. 모비스(26.3개), LG(26.1개), SK(23.5개), 동부(23.1개)가 1~4위를 달렸다. 3점보다는 2점이 주무기라는 뜻이다.

▲오리온스-전자랜드 빼면 3점슛은 굴레?

그렇다면 3점슛은 죄다 지탄받을 일인가. 아니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팀도 있다.

공동 4위 고양 오리온스가 그렇다. 이 팀은 3점슛 성공(7.7개)과 성공률(39.3%)에서 독보적 1위다. 지난 25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3점슛 20개 중 무려 15개를 무자비하게 쏟아부으며 102-69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3점슛 성공 1위 리오 라이온스(1.8개)가 이적한 게 크다. 2위도 허일영(1.7개)인데 성공률 1위(48.9%)다. 성공률 2위(43%)도 이승현(1.3개)이다.

6위 인천 전자랜드도 3점슛을 적극 이용한다. 상대적으로 빅맨이 부족한 팀 상황에 맞게 빠르게 움직이며 슛 기회를 노린다. 평균 6.9개, 성공률 34.8% 모두 2위다. 에이스 정영삼이 개인 성공 4위(1.7개), 성공률 3위(41.6%)로 외곽을 이끈다.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쏴서 그래요' 올 시즌 정규리그 규정 경기를 채운 선수 중 가장 낮은 3점슛 성공률(29.6%)을 기록 중인 삼성 이시준.(자료사진=KBL)
이도저도 아닌 팀들도 있다. 3점슛 의존도가 상당히 높지만 팀 성적은 낮은 팀들이다. 최하위 삼성은 3점슛 성공에서 당당히 3위(6.5개)다. 9위 전주 KCC(6.2개), 8위 안양 KGC인삼공사(6.2개), 7위 부산 케이티(5.8개)가 줄줄이 뒤따른다. 공교롭게도 팀 성적에서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에 껴 있는 형국이다.

성공률도 썩 좋지 않다. KCC가 7위(31.3%), 삼성이 6위(31.7%)다. KGC(33.2%), 케이티(32.7%)는 각각 3, 4위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결국 정말로 3점슛이 좋은 팀이 아니라면 3점슛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슛은 림에서 가까울수록 잘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지점까지 기회를 만드는 게 어렵다. 3점슛은 시도하기는 참 쉽다. 그러나 림을 통과시키기가 무지 어렵다. 3점슛과 팀 성적 사이의 치명적 상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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