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비전형적 가족·이혼 증가 세태 반영"

사회학과 교수들이 바라본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

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성호 기자)
법학 논리가 아닌 사회 현실을 연구하는 사회학과 교수들은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을 어떻게 볼까.

이들은 여권 신장, 이혼 증가, 비전형적 가족 형태 등 최근 변화된 사회 모습을 헌재가 자연스럽게 수용한 결과라고 바라봤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헌재마저 변화되는 사회상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무엇보다 여권 신장과 이혼율 증가에 따른 가족 형태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균관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에 남성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가정 파탄이 날 경우, 이혼 과정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간통죄를 만들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사회가 급격히 변해 여권이 매우 신장했다"고 분석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남녀의 역학 관계가 과거보다 좀 더 형평적인 방향으로 바뀌면서, 간통죄의 역할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

그는 "간통 문제는 가정 내부에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이명진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하지 않는 인구·이혼율 증가 등에 따른 '비전형적 가족' 형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교수는 "이미 급격히 늘어난 비전형적 가족 형태의 현실을 확인해주는 판결"이라며 "보수적인 분들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건·사고만 봐도 전통적 가족관과 맞지 않은 가족이 자주 등장한다"면서 "안산 인질범 사건이나 세종시 엽총 살인사건 등은 사실혼 관계의 동거 가족들 이야기인데, 특별난 사례가 아니라 공공연할 정도로 비전형적 가족 관계들이 보편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김석호 사회학과 교수의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강제력이 급격히 약화한 게 사실"이라면서 "이미 개인의 취향과 행복추구권 등이 중요해진 시대에 그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는 "간통이라는 것이 공동체 결속이나 가족공동체의 존립 근거 등을 해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지도 의문"이라면서 "간통죄가 지속한다 하더라도 이혼 등이 줄어드는 시대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수 사회에서 나온 진보적 판결이라는 의미도 강조됐다.

구 교수는 '위헌 7 합헌 2'라는 압도적 결과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 보수 정권은 계속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판결에선 개인의 선택 문제를 중요시 여겼다"면서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보수화 분위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주목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적 추세, 문화적 흐름 등을 정부나 법원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아니냐"며 "과거 실정법이 중시됐다면, 이제 국민의 법감정이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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