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 '간통죄 폐지', 여러분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간통제 '합헌' 의견낸 두 재판관의 소신 살펴보니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간통죄 법조항이 생긴지 110년만에, 그리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5번째만에 위헌 결정이 나면서 '간통죄'를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간통죄'는 대한민국에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였는데 하루 아침에 천지가 개벽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것은 여전히 '간통죄는 합헌'이라고 주장한 2명의 재판관(안창호, 이정미) 의견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소수의견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두 재판관의 생각을 간단히 요약하면 간통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 되지 않으니 엄연한 '합헌'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이제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볼까요.

◇ 간통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위헌론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에 자기운명결정권이 포함돼 있으며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의 여부 및 그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이 들어있다"고 말하면서 간통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두 재판관은 자기운명결정권의 주체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즉 이성이 서로 사랑하고 정교관계를 맺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이지만 간통 행위는 자신만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인격체(배우자, 자녀)나 공동체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성적자기결정권을 내세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 헌법에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한다고 적시돼 있는데, 간통은 혼인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기에 이를 용인할 이유가 없다는 게 두 재판관의 의견이었습니다.

◇ 간통을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위헌론자들은 간통에 대해 비형벌적 제재나 가족법적 규율도 할 수 있는데 굳이 형벌의 제재를 규정한 것이 지나치며 개인의 윤리나 도덕의 문제에 법이 직접 개입해 강제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두 재판관은 국가가 어떤 범죄에 대해 형벌권을 행사할 지 아니면 단순한 도덕률에 맡길 지의 문제는 사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며 '간통죄의 징역형은 과하다'고 딱잘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맞섰습니다.


즉 '2년 이하의 징역'은 법정 상한이 높지 않은데다 죄질이 가벼운 간통행위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 간통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법의식 변화', 증거없다

위헌론자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간통죄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변화됐다고 말하고 있죠.

그런데 두 재판관은 먼저 2005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실시한 간통죄 존폐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 1만 2516명 중 60%에 달하는 7621명이 존치의견이었고, 2009년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통죄 형사처벌 찬반여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1%가 찬성 입장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최근인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통죄 존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0.4%가 존치의견을 나타냈다고 덧붙였습니다.

'간통죄 여론'이 바뀌었다는 말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 따라서 간통죄는 존속해야 한다

위헌론자들은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서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재판관은 간통죄가 없어질 경우 가정 내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는 전업주부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는 상황을 가정할 때 재산분할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간통죄가 존재할 경우 친고죄이므로 고소 취하 조건으로 부정한 자의 배우자가 재산 분할 비율 등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요인이라도 존재하는데, 간통죄가 없어진다면 아무래도 이렇게 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과 파괴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합헌을 주장한 두 재판관의 얘기만을 자세히 쓰다보니 이거 정말 없애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

◇ 두 재판관이 언급한 '8조금법', 맞는 말인가요

긴 글 지겨우셨죠. 그렇다면 재미난 사족 하나 덧붙이고 물러나겠습니다.

두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합헌을 주장하면서 "우리나라는 고조선의 8조법금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간통을 금지하고 간통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여 왔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간통은 법으로 금지된 행위이고 간통행위를 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뿌리 깊게 이어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조선의 8조금법은 아쉽게도 3조만이 전해져 오고 있다는게 정설이고 학교 다닐때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전해져오는 3조에는 간통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8조문이 전부 적혀있는 책은 '환단고기'가 유일한데 위작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정통사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환단고기 7조에는 음란한 짓을 하는 자는 태형에 처한다고 나와 있기는 하네요.

환단고기에 적혀있는 '고조선 8조금법'
1조 : 사람을 죽이면 그 즉시 죽음으로 갚는다
2조 : 사람을 상해하면 곡식으로 갚는다
3조 : 도둑질하는 자는 적몰하여 남자는 그 집의 종이되고 여자는 계집종을 삼는다
4조 : 소도(성역)를 훼손하는 자는 가두어 둔다
5조 : 예의를 잃은 자는 군에 복무시킨다
6조 : 근면히 일하지 않는 자는 공공작업에 부역시킨다
7조 : 음란한 짓을 하는 자는 태형에 처한다
8조 : 사기를 치는 자는 훈방한다. 스스로 속전코자하는 자는 비록 공표되는 것은 면하지만 백성들의 풍속이 오히려 그를 수치스럽게 여겨 (딸을)시집보내려 해도 팔려갈곳 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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