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6년도 입시부터 학과제 모집을 폐지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2016년부터는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2021년 이후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술·체육 등의 계열별 모집으로 바뀔 예정이다.
학생들은 1~2학년까지 공통전공 과목과 교양 과목을 들으며 전공 탐색 기간을 가진 뒤 2학년 2학기 때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또 1학년 때는 인성·비판적 사고 능력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교양 교육(Liberal Arts Education.LAE)을 받게 된다.
일부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학부제 모집 방식과 비슷하지만, 중앙대 개편안의 경우 아예 학과제와 학과별 정원을 없애고 단과대학 차원에서 전공과 정원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이러한 개편 체계 내에서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학과의 경우, 정원이 줄거나 통폐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앙대 측은 "기존 학과별 입학 정원제 하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면서 "학과의 벽을 넘어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학사 구조를 구축하고 융·복합 학문 신설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선진화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이용구 총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시행하는 학과 중심 교육 체제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개편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자간담회 도중 개편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들어와 "대학의 존재 목적에 전면 위배 되는 행태"라고 강력 반발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교가 개편안을 교수들에게 사전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으며, 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날 오전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도 참석한 400여 명 가운데 87%에 달하는 367명의 교수들이 학교 측 개편안이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학평의원회 의장인 전자전기공학부 김호성 교수는 "일방적인 개편안을 보류하고 재논의 해야 한다"면서 "전체 교수들이 잘 모르는 대학 구조조정안이 언론을 통해 발표될 때 교육자들의 좌절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개편안 반대 교수들의 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기업이 대학을 장악할 때 학문 세계가 어떻게 황폐화되는지 보여주는 결정판이 오늘 나온 소위 개혁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측은 "교수들이 개편안 내용 자체에 반대를 한다기 보다는 절차상의 미흡한 점을 지적한 것 같다"면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보안 상의 문제로 의견 공유가 어려웠던 점은 있다"고 해명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임은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초 학문부터 실용 학문까지 균형감 있게 가르쳐야 할 곳이 대학"이라면서 "대학 구조조정 방침은 기초 학문의 토대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