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밀린 '문화'…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 역사 뒤안길로

대구서 11년간 영화 2천편 상영…영진위 지원 탈락 뒤 운영난·25일 폐관

25일 폐관하는 대구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사진= 블로거 '활짝 해피맘')
대구 지역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탈락 이후 자구책을 찾지 못하고 25일 폐관한다.

대구 동성로에 있는 동성아트홀은 지난 11년 동안 2000여 편의 영화를 개봉하면서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예술영화관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설이 낙후되고 시장성도 없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영진위 지원에서 탈락한 5곳 지역 극장에 포함되면서 운영난을 겪어 왔다.

영진위는 이들 극장의 지원을 끊은 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를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해 '대기업 밀어주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인 남태우 국장은 24일 CBS노컷뉴스에 "영진위에서 연간 최고 6300만원까지 지원을 받았는데, 지난해 탈락한 뒤로 매달 400만~5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동성아트홀은 국가가 운영해야 할 공공재를 민간에서 대신 운영해 온 격인데 당연히 시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설이 좋지 않고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영진위의 지원 탈락 이유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동성아트홀은 한 해에 많을 때는 200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는 대구 전체 극장에 걸린 영화보다도 많다는 것이 남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등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관객이 반으로 줄었다.

남 국장은 "결국 대기업 직원의 일년치 월급도 안 되는 5000만 원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된 셈"이라며 "대구시에도 지원을 요청했지만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영화관들이 '다이빙벨' 등 정부에서 불편해 하는 영화를 계속 트니 눈치 보는 산하 기관, 지자체 입장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정치 논리를 앞세우는 정부의 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게 쉽지 않으니 국민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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