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24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기강이 해이하고 성과가 부진한 기관의 장·차관, 청장 등 중앙행정기관의 장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어진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인사 조치를 포함한 지휘감독권을 엄정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를 위해 장·차관과 청장 등의 업무성과를 상시 점검하고 연2회 종합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은 각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업무평가만 시행할 뿐 기관장 개인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 임명 재청권과 해임 건의권은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책임총리의 핵심 권한이다.
장관 인사권을 확보하지 못한 총리들은 '의전총리'나 '대독총리' 역할이나 하다 물러났다.
하지만 권력의 원천이자 핵심인 인사권을 청와대가 쉽게 양보할 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정책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 경우는 제법 있었지만 인사권 자체를 나눠 쓴 사례는 드물다.
이회창 전 총리 등의 사례에서 보듯 책임총리를 넘어 실세총리로서 역할을 키우다보면 어김없이 청와대와 부딪혔다.
이번에 이완구 총리가 관가 군기반장을 자임한 것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직기강 확립은 관가의 단골 메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이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각하'라고 깍듯이 대하고 박 대통령은 그런 이 총리에게 깊은 신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당분간은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원 내각제'로 불릴 만큼 실세 정치인 장관들이 즐비한 현실은 총리의 인사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 총리보다 앞서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최경환 부총리나 황우여 부총리, 또는 친박 실세인 유기준, 유일호 장관 내정자나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게 다른 장관들과 똑같은 업무평가 잣대를 들이대기는 힘들 것이다.
이들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월까지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도 국정운영의 걸림돌이다.
짧은 임기 내에 업무평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외면한 단기 실적주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이 총리 스스로에게도 적용된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배수의 진을 칠 것인지, 1년짜리 경력쌓기용 총리에 만족할 것인지 본인이 먼저 결단하는 게 순서다.
그는 지난 17일 취임 직후 기자들과의 약식 간담회에선 의원직 겸직 여부에 대해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