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구청장 원정희)는 지난 2013년 3월 구청장이 직접 거리로 나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거장 대화(로드스테이 거리 대화)를 시작했다.
사전에 공지한 장소에 이동식 파라솔을 펼쳐놓고 구청장이 직접 주민들의 민원을 들은 뒤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구청은 마패가 그려진 청사초롱 등 과거 암행어사를 연상케하는 소품도 준비했다.
원정희 금정구청장은 사업이 시작된 직후부터 사흘 동안 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이 제안한 민원 30여개를 귀담아 들었다.
정거장 대화는 그해 5월과 6월에도 매달 서 너번 씩 이어졌지만 7월 들어서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1년 남짓 남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원 청장은 새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 1일 한 차례 정거장 대화를 가진 뒤 지금까지 거리 정거장 대화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정거장 대화를 위해 구매했던 이동식 파라솔 등은 관련 부서 한 켠에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각종 피해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느라 정거장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 시작 직전 대대적인 홍보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겨버린 정거장 대화는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첫 정거장 대화가 진행됐던 장소 부근 시장 상인인 김모(54) 씨는 "구청장이 나와서 무슨 행사를 했던 기억은 있는데,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단체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내건 약속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서, 좋은 취지의 사업이 전시성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