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마치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써 전력난이 발생하는 것 같은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이 여느 국가들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천278kW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6위였다.
1위는 노르웨이(7천415kWh)며, 캐나다(4천387kWh), 미국(4천374kWh), 핀란드(4천111kWh), 스웨덴(4천84kWh), 뉴질랜드(2천893kWh), 호주(2천683kWh), 아이슬란드(2천663kWh), 프랑스(2천419kWh), 스위스(2천312kWh), 일본(2천253kWh), 이스라엘(2천180kWh), 오스트리아(2천88kWh), 영국(1천800kWh) 순이다.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미국의 29% 불과하며, 일본의 57% 수준이다. OECD 평균(2천335kWh)의 55%에 해당한다.
한국 가정에서 쓰는 전력량이 OECD 국가들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평균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가정용에 산업용, 공공·상업용까지 합친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을 보면, 한국은 9천628kWh로 OECD 국가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7천407kWh)도 크게 웃돈다.
이는 한국의 경우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때문에 산업용 전력 소비 비중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반면 가정용 전력 소비 비중은 낮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국은 산업용 전력 소비 비율이 52%에 달하는 반면 가정용은 13%에 불과하다. 공공·상업용은 32%를 차지한다.
이는 산업용, 가정용, 공공·상업용 전력 소비 비율이 30:30:30 수준으로 거의 비슷한 OECD 다른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산업용 23%, 가정용 37%, 공공·상업용 36%며, 일본은 산업용 30%, 가정용 31%, 공공·상업용 36%다.
한국의 가정용 전력 소비 비율이 눈에 띄게 낮은 것은 무엇보다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석유파동으로 전력난이 발생하자 가정용 전기사용을 억제하고자 도입했으며 2004년 3단계에서 6단계로 강화했다.
현재 6단계의 요금은 1단계의 11.7배에 달해 전기를 많이 쓸 경우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다른 나라에도 전기요금 누진제를 채택한 곳이 있지만 이처럼 가혹한 누진율을 적용한 곳은 없다. 일본은 3단계에 1.4배, 미국은 2단계에 1.1배, 중국은 3단계에 1.5배, 인도는 3단계 1.7배 등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생산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누진제를 풀어줌으로써 산업에 편중된 전력소비구조를 점차 선진국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