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거부로 전혀 진척이 안되고 있다”면서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가 함께 국민들에게 밝힐 수 있도록 청문회 임해달라”고 야당에 촉구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박 후보자는 은폐 축소와는 무관하고, 오히려 은폐 축소를 수사하고 단죄하는 데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발생 엿새뒤인 1987년 1월 20일부터 수사팀에 참여했다는 것.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찰관 2명 외에 3명이 더 관련돼 있다는 것을 수사팀이 안 것은 2월말이고 박 후보자는 3월 초에 안상수 당시 검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3월 12일 정기인사로 수사팀을 떠났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은폐를 인지한 시기에 박 후보자는 잠시 수사팀에 몸담았을 뿐이고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폭로한 5월 18일로부터 두달전에 수사팀을 떠나 은폐축소수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사제단 폭로 이후 박 후보자는 2차 수사팀에 합류해 당시 은폐 축소의혹을 수사하는 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은폐축소를 단죄하는데 참여한 것이라고 박 대변인은 덧붙였다.
박대출 대변인은 “수사를 주도할 위치도 아니었고 말단 검사에 불과했던 박 후보자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은폐 축소와는 무관하고, 오히려 은폐 축소를 수사하고 단죄한 박 후보자만을 문제 삼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이며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만이 답이라며 버티고 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자가) 버틸 만큼 버텼다”면서 “박상옥 후보자는 이제 그만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검찰이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진실왜곡을 바로잡지 못한 사건이었다는 것이 이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의해서 공식화 됐다”고 말했다.
또 “현행 헌법을 잉태한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었던 인권유린사건의 연루자가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인권을 옹호할 책무를 지닌,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할 대법관이 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곱씹어보고 자진사퇴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변인은 “그것만이 고인에 대한, 국민에 대한, 또 대한민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면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없다. 자진사퇴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박 후보자가 인권유린 사건을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했고 이를 단죄했다’고 보는 반면 야당은 ‘인권유린사건의 연루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 참여라는 한가지 사실을 두고 여야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지난 2009년 5월 11일 2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검찰 또한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하여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국민에게 은폐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추가 공범을 포함 치안본부 관계자 등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하여 결과적으로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부당한 개입을 방조하고 은폐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바 있다.
한편 박 후보자의 전임자인 신영철 전 대법관은 2월 17일 이미 퇴임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양당 원내대표 주례회동에게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다음달 3일 끝난다. 이번주내에 청문일정을 잡지 못하면 대법관 공백사태는 예상보다 덜 길게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