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에 대한 개편방안을 내놨다. 특히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그러면서 오는 6월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4%로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및 ‘금융실명제’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원칙’과의 조화방안을 강구하고 실명확인 방법을 경제.사회 여건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새로운 수장에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되면서 정책방향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임종룡 내정자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직 시절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터넷뱅킹이 매우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수요가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서상 은산분리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 내정자는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등 금융위 현안에 대해 간부진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내정자는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현안에 대해 갖고 있는 스탠스를 제가 잘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 청문회를 통해 제 생각과 앞으로 해 나갈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권 접근이 어렵지 않아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은산분리 완화 문제도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임 내정자가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방향과 관련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금융지주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통제 권한이 강화될 지도 관심사다. 임 내정자는 농협회장 재직 시절 “금융지주회사를 없애자는 주장은 세계적인 흐름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 회사가 정착하려면 지주사와 계열사 간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주사가 계열사 사장을 임명해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 내정 전인 지난 3일 금융권 대토론회에서 ‘절절포’ 발언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규제완화는 ‘절절포’다.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임 내정자의 발언이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임 내정자는 이 외에도 금융당국의 현장구두 지시를 금융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규정했고 금융검사. 감독관행의 일관성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이중규제나 불필요한 규제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임 내정자는 또 “금융사의 건전성 문제는 국제기준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며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잘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된다”고 말했다.
정책과 금융현장을 모두 아우른 임 내정자가 금융위 수장에 취임하면 금융개혁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뒤 임 후보자는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며 “규제의 틀을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규제 대수술’을 예고한 임 내정자가 향후 제도정비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