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버드맨 역으로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힌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여정을 그렸다.
특히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와 춤을 추듯이 브로드웨이 백스테이지를 누비는 촬영, 신랄하지만 코믹하게 현실을 파헤친 각본 등이 균형을 이룬 점이 눈에 띈다.
'21그램' '비우티풀' '바벨' 등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주로 사회 하층민들의 삶 속에 숨겨진 절망을 파헤치며 사회를 성찰하는 깊이 있는 시선을 드러내 왔다. 그는 영화 버드맨에서도 성공의 덧없음과 개인의 하찮은 존재감 등을 잘 그려냈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의 주인공이 한물 간 영화배우이고 연극에서 그의 또 다른 자아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는데 좀 구식 느낌이 들었다"며 "그런데 어느 날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슈퍼히어로인 버드맨이 떠올랐다. 버드맨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시대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같았고 버드맨의 목소리는 글로벌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잘 나타내준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롱테이크 활용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본 15장의 분량을 한 컷으로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주인공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관객들이 복잡하고 폐쇄공포증처럼 숨막히는 리건의 입장에서 경험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실제 배우로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오롯이 영화 속에서 연기한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 전격 캐스팅 돼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했던 마이클 키튼. 하지만 화려한 명성은 '배트맨2'(1992) 이후 별다른 흥행작이 없던 그를 더이상 따르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잊힌 배우로서 마이클 키튼의 연기 인생은 끝나는 듯했다.
그런 그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듯한 '버드맨'에서 전성기의 명성을 다시 찾고자 발버둥치는 리건 톰슨 역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마이클 키튼은 극중 하나의 롱테이크 동안 열정, 의심, 후회, 야망, 분노, 친절함, 희망, 두려움 등 변화무쌍한 감정을 놀라운 연기력으로 묘사한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우리는 배우가 직업이고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적이 있다는 공통점만 갖고 있다"며 "불만투성이에 불안감이 말도 안 되게 심한데, 그 모든 것이 애잔하고 배우로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