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와 이를 위한 4대 부문의 구조개혁, 경제 활성화와 연결된 복지-증세 문제는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의 향배까지 좌우할 핵심 쟁점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 경제성장률 등 거시 경제지표는 호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2012년의 경제 성장률은 2.3%에 그쳤다. 2011년 3.7%에 달하던 성장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유로존 위기 등 대외 요인과 내수 부진 등 대내 요인이 겹쳐 2.3%로 추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2012년 주택 거래량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둔화되던 당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정책 대응으로 2013년에 경제성장률은 3%, 2014년 3.3%로 회복됐다. 올해는 정부가 3.8% 경제 성장을 목표로 제시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고용률(15∼64세)이 65%대에 진입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주택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대인 100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과 FTA 체결 속에 무역 수출액,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지표 개선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공공 혁신과 규제 개혁, 창조 경제 등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된 결과"로 평가했다.
◇ 국민 대다수의 체감 경기는 '불황'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말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9%가 현재 경제상황을 일시적인 경기 후퇴를 의미하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 '불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체감물가 상승과 소득감소, 가계부채, 노후불안, 고용불안 등을 꼽았다.
늘어난 가계 부채에 소득이 줄고 노후와 고용이 불안하니 민간 소비가 증가할 수가 없다.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1.7%에 그쳤고, 청년층 실업율이 9%로 지난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의 속살을 보여준다.
◇ 청와대 "올해는 서민 안방 덥힌다"
청와대가 22일 배포한 박근혜 정부 2년 정책 모음집에서 "올해는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해로, 경제 군불때기에 이어 이제 서민 안방을 덥힐 차례"라고 목표를 설정한 것 자체가 그동안 민생 경제에 온기가 퍼지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취임 3년차인 올해부터 예산의 30%를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복지부문에 배정한다"며 "창조경제와 복지확충,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장동력 등을 결합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폭발력을 안고 있는 증세-복지론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평가에서는 일단 현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 공약이 들어 있는 '편안한 삶' 분야의 공약은 27개 공약 중 10개가 이행돼, 37%의 이행율로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경실련은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지난해 축소 후퇴되었다"며 "기초연금의 경우 65세 전체 노인 20만원 지급에서 노인 70%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후퇴됐고,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은 3대 비급여의 일부 개선으로 후퇴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노인 임플란트, 만 3~5세의 무상보육 누리과정, 다자녀 장학금 제도 등도 당초 계획보다 대상이 축소되거나 관련 예산이 동결됐다. 경기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 세수 부족이 10조 9,000억원에 이르는 등 정부의 재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방식 변경 등에서 불거진 '꼼수 증세' 논란은 박대통령이 견지해온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의문으로 이어져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핵심 화두로 대두하기도 했다.
정부는 여전히 증세 논의에 앞서 비효율적 재정 지출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해 복지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체감경기 개선과 복지수요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발표한 공약 가계부를 보면 임기 5년 동안 복지에 해당하는 '국민행복' 분야에 79조원, '경제부흥'에 34조원을 지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경제부흥의 경우 주거안정과 교육부문을 빼면 13조원만이 투입된다"며 "이런 규모의 투입으로 체감 경기개선을 바라는 것은 일종의 요행을 바라는 것으로, 경기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걷든지 복지 구조조정을 하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여야 등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인 동의를 얻기 위한 현 정부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4대 분야 구조개혁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토대를 다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공공분야 구조개혁으로 분류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경우 여야가 4월까지 최종 단일 합의안을 마련한 뒤 5월초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15조원의 연금 재정적자 발생했고, 앞으로 10년 동안 55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개혁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이 속도를 내야 금융 교육 등 다른 분야의 구조 개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만 제대로 개혁해도 큰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연금 개혁을 위해 출범한 '연금개혁 대타협기구'가 활동에 들어간 지 두 달째이지만 성과 없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 정부의 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노동시장 개혁도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노사정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3월까지 대타협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임금과 근로시간 정년 등 노동 현안에 대한 노사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 분야의 개혁이 속도를 낼 지는 불투명하다.
◇ 경제=정치, 향후 정치권 최대 변수는 민생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서민 체감경기 개선과 4대 분야 구조개혁, 복지 실현 등의 과제는 사실 경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는 결국 정치로 환원된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느냐 여부는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최근 30% 안팎으로 하락한 데는 정윤회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과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형 국정운영 스타일, 인사 난맥상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 근저에는 경기악화에 따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민심 이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 "크게 두 가지만 얘기하면 경제활성화 부흥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잘 닦겠다는 것, 이것이 저의 사명이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도움을 받아 이뤄내야 할 이 시대의 일"이라고 말해, 경제 활성화 과제를 매우 중시한 바 있다.
용인대 최창열 교수는 "앞으로 경제와 복지현안, 구조개혁방안을 놓고 당정청간의 혼선없이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지며 성과를 낸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또 이런 지지율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각종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순환관계가 형성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순환 관계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단 이번주초 후임 비서실장에 누가 임명되는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