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용실을 나온 지 한 달쯤 뒤 A씨에게 느닷없이 800만원을 내라는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미용실 측이 "일하는 동안 각종 교육을 제공했다"며 A씨를 상대로 월 급여 120만원의 7배에 가까운 교육비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A씨는 각종 미용제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이른 아침부터 사용법을 교육받아야 했고, 미용사 승급 준비 등의 이유로도 의무 교육은 이어졌다.
문제는 원치 않는 교육을 억지로 받아야 했다는 것으로, A씨는 "이미 다 아는 초보적 수준의 교육이었지만, 미용실에 다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하루 10시간의 근무시간 외에 교육과 과제로 인해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미용실에 남아있기 일쑤였고, 교육시간에 늦거나 빠지면 벌금까지 내야 했다. 교육에 필요한 물품은 A씨가 자비를 들여 구입했다.
A씨는 "부담스런 교육이 싫어서 미용실을 그만뒀는데 오히려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용실 측은 "A씨가 일을 시작할 때 5년 동안 일하겠다고 약속했고, 계약에 명시된 교육을 제공한 것"이라며 "A씨를 가르친 미용실장에게 이미 인건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
이에 대해 A씨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은 체결할 수 없다"면서 "애초에 미용실 측이 법적 효력이 없는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 "도제식 업종에서 급여 깎거나 돈을 청구하기까지"
열정을 바칠 기회를 준다는 구실로 급여를 낮게 주는 '열정페이'를 넘어, 원치 않는 교육을 명목으로 돈을 내놓으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과후 학교 강사를 꿈꾸던 25살 B씨는 얼마 전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했다.
방과후 강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통상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는데, 중개업체는 '관련 자격증 취득→보조 강사→정식 강사'의 수순을 밟게 한다.
정식 강사가 되어도 130~150만원 정도의 월급여 가운데 40~60%는 중개업체 수수료로 떼이는 실정.
그런데 사전 단계인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중개업체에 연계된 학원에 내는 수강료만 월 90만 원에 이른다.
수개월에 이르는 보조 강사 급여의 경우도 "교통비 정도 나오는데, 재능기부라고 생각하라"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B씨는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도 아니고 교장이나 교감과의 인맥만 있으면 방과 후 교사가 될 수 있다"면서 "나처럼 인맥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결국 일자리를 돈 주고 사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주로 선배가 후배에게 일을 가르치는 업종에서 이러한 각종 위법·탈법 행위가 만연해있다"며 "단순히 월급을 깎을 뿐 아니라, 미리 받아둔 위탁금을 차감하거나 이번 미용실의 사례처럼 나중에 돈을 청구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별노동자가 일일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정소송까지 벌이자면 시간도 많이 들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며 "미국처럼 정부 지정 기관이 개별적 분쟁을 대신 맡아 해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