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멤버들이 20일 방송한 설 특집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에서 전 멤버인 방송인 노홍철의 음주운전부터 '토토가' 섭외 불발까지,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MC 유재석은 노홍철의 음주운전 소식을 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설마 그랬다. 설마. 일단 너무 잘 알고 있을텐데 '도대체 뭐지? 이게 뭐지?'라고 계속 생각했던 거 같다"고 믿기 힘들었던 마음을 이야기했다.
하하 역시 "새벽에 친구들에게 전화가 와서 (노홍철의 음주운전 소식을) 들었던 거 같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정준하는 노홍철의 하차로 빈 자리를 실감했다. 멤버들끼리 서로 가볍게 노홍철의 이야기를 화두에 올리면서도 씁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도 많이 아팠다. 날개를 다쳐서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토크할 때도 (자리가) 많이 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별 얘기를 다하면서 막 말한다"고 토로했다.
악재는 겹치고 겹쳤다. 노홍철의 하차와 함께 '토토가'의 1차 섭외 역시 불발로 돌아간 것. 그렇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유재석은 "저희 상황도 상황이지만 시청자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기대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해볼 것이다.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홍철의 하차로 시작된 재촬영은 '무한도전'에게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터보 김정남과 무대를 꿈꾸던 엄마, S.E.S.의 슈가 남다른 끼를 펼쳐 보인 것.
유재석은 "그 녀석(노홍철)이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누군가에게는 또 기회가 됐던 거다"라고 말했다.
고난과 역경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더욱 뭉치게 했다.
정준하는 "가족같은 멤버가 잘못된 일을 하게 되고 그 여파로 프로그램 자체가 멈추면 그 친구에게도 평생 부담감이고, 지금까지 저희가 해왔던 것도 아무 의미 없는 게 된다. 그래서 아마 더욱 더 일심동체가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에게도 '토토가'는 이런 의미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 PD는 "H.O.T., 젝스키스 등 라인업 섭외가 불발됐을 때 하지 말까 하기도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보고, 삶의 무게를 지닌 채 무대에 올라온 가수들의 모습을 보면 더 감정이입이 되고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무대나 미술적인 부분, 세트 등을 더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논란과 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보란 듯이 떨쳐내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
'토토가'는 가요계의 황금기를 연 90년대 가수들이 직접 그 시절 무대를 재현한 '무한도전'의 연말공연으로, 김종국, 김정남, 김현정, 바다, 유수영, 서현, 김성수, 이재훈, 김예원, 조성모, 소찬휘, 이정현, 지누션, 엄정화, 김건모, 이본 등이 출연했다. 방송 이후 90년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문화 현상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