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칸나바로' 다시 만난 1996 애틀랜타의 맞수

K리그 클래식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사진 제공/FC서울)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하노이 T&T(베트남)를 7-0으로 완파하고 FC서울을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최용수 감독.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H조에서 만나게 된 광저우 헝다(중국)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이탈리아 출신의 신임 감독 파비오 칸나바로의 이름이 언급되자 최용수 감독은 잠시 말을 끊더니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탈리아와 할때 나를 막았던 선수"라며 웃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돌이켜보면 당시 올림픽 축구 경기는 꿈의 대결의 연속이었다. 올림픽 무대를 수놓았던 스타들이 나이가 들면서 쌓아간 명성은 어마어마했다.


호나우두와 카를로스(브라질), 오르테가와 크레스포(아르헨티나), 로베르 피레와 클로드 마켈렐레(프랑스), 라울과 모리엔테스(스페인), 오코차(나이지리아), 누노 고메즈(포르투갈), 나카타(일본) 등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C조에 속했다. 한국은 최용수와 윤정환이 팀의 주축을 이뤘고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등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이탈리아에는 훗날 대표팀의 중앙 수비라인을 지키는 네스타와 칸나바로가 있었고 인터밀란의 공격수 마르코 브란카, 베테랑 골키퍼 지안루카 팔리우카가 와일드카드 멤버였다. 당시 부폰이 백업 골키퍼였다.

한국은 가나를 1-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는 0-0으로 비겼다. 반면, 이탈리아는 2패를 당했다. 두 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은 브란카에게 2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0-1로 뒤진 후반 16분 이기형의 중거리슛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후반 36분 수비진의 실수로 인해 무너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한국-이탈리아전 하일라이트(출처-유투브)

당시 칸나바로는 네스타와 함께 중앙 수비를 맡았다. 다미아노 톰마시, 마르코 델베키오도 당시 이탈리아의 주전 멤버였다.

그런데 칸나바로는 이날 최용수를 앞세운 한국의 공세를 막는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끝내 경고 2장을 받고 퇴장을 당했다. 전반 19분과 후반 44분 각각 경고를 받았다. 둘은 그라운드에서 공격수와 전담 수비수로 맞대결을 펼치며 짧게나마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칸나바로는 올림픽이 끝난 다음 해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오랜 기간 아주리 군단의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2006년에는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칸나바로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떠난 광저우 헝다의 사령탑에 부임했다. 최용수 감독과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올림픽 때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칸나바로가 상대 감독이 되어 나타났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 같다"며 "과거의 관계를 떠나서 K리그를 대표하는 자부심을 걸고 맞붙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아무래도 광저우 헝다가 낫다는 평가다. 아낌없는 투자로 탈아시아급 스쿼드를 갖춘 구단이다.

최용수 감독은 "광저우 헝다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ACL에 있어서 전력상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집중적이고 놀라운 투자와 선수 구성을 보면 우리가 원정 첫 경기이고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공은 둥글다. 우리가 각자 해야하는 역할만 유지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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