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빛바랜 개각…쇄신요구 높은데 비서실장 교체 불발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부 등 4개 정부부처의 개각을 시행했으나, 관심을 모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는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지는 등 인적쇄신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일 통일부 장관에 홍용표 통일비서관, 금융위원장에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국토부 장관에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 해수부 장관에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을 내정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신임 총리 임명에 이어 4개 부처의 개각을 시행함에 따라 적어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까지 국정운영을 담당할 2기 내각이 출범한 셈이다.

먼저 박 대통령은 교수 출신의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수석실을 두루 경험한 50대 초반의 홍 비서관을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통일정책을 둘러싼 원만한 소통을 꾀하고 통일준비위원회 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차관 등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의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실무적인 정책 능력을 평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유일호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 의원 2명을 장관으로 전진 배치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개각으로 이완구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김희정 여성부 장관과 합쳐 모두 6명의 국무위원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채워졌다.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와 4대 분야 구조개혁 등 국정 과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 전체적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는 이뤄지지 못했다. 김 실장의 사의는 수용됐으나 설 연휴 이후로 교체가 미뤄진 것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께서 이를 받아들이신 걸로 안다"며 "후임 비서실장은 설 연휴가 지난 뒤 적절한 시일을 택해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다양한 경력의 인물들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선뜻 후임 비서실장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의 고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과 국정운영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으면서도, 인적쇄신의 의미를 살리며 여론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인물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전국적인 이동을 통해 민심이 집약적으로 모아지고 표출되는 설 연휴 이전에 비서실장 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인력 풀과 리더십의 폭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심이 수렴되는 설연휴 기간 전에 선제적으로 인사쇄신을 단행해 국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확대함으로써 국정동력을 키워나갈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열 교수는 "이번 개각은 장관 공석 등 자연발생적인 필요에 따라 실시한 인사이지 인적 쇄신으로 보기 어렵다"며 "비서실장 교체도 너무나 오래된 얘기인 만큼 박 대통령이 설 연휴 이후에 어떤 비서실장을 임명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총리 지명이든 비서실장 교체이든 현 정부는 인적쇄신 여론에 조속히 반응하기 보다는 항상 한 템포씩 타이밍을 놓치는 특징을 보여 왔다"며 "이번 인사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만큼 국정 추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끌어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 연휴 기간 박 대통령의 개각 등 국정운영에 대해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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