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가 자랑하는 전설적인 축구 지도자 아리고 사키는 과거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은 물론, 파르마와 AC밀란(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등을 지도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선수 경력은 보잘것없지만 뛰어난 전략가였던 덕에 이탈리아 축구에 ‘토털사커’ 개념을 이식했고, 지난 2011년에는 이탈리아 축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사키 감독이 돌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그의 발언은 “이탈리아 대표팀에 너무 많은 흑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인종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매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인 비아레지오 대회를 관전한 사키 감독은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의 스포츠전문매체인 ‘투토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비아레지오 대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유소년 팀조차 흑인 선수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00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기술이사를 끝으로 10년 넘게 무직으로 지내고 있는 사키 감독은 “최근의 이탈리아 대표팀은 품위를 잃었다. 자부심도 없다”고 혹평하며 “우리 팀이 15명의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독설을 뱉었다.
사키 감독의 말처럼 최근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에는 아프리카나 남미 혈통의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리오 발로텔리(리버풀)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 이민자다. 수비수 안젤로 오그본나(유벤투스), 공격수 스페타노 오카카(삼프도리아)도 부모가 나이지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온 덕에 이탈리아 국적을 얻었다. 스테판 엘 샤라위(AC밀란) 역시 아버지가 이집트 출신이다.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남미 출신 선수들도 있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이탈리아 국적을 얻은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공격수 파블로 오스발도(보카 주니어스)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그의 증조부가 19세기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 인이라는 덕분에 '아주리 군단'의 일원이 됐다. 최근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호물로(유벤투스)와 티아고 모타(PSG)도 같은 경우다.
사키 감독은 자신이 현역 감독 시절 많은 흑인 선수들과 함께 일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인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의도를 떠나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