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가계대출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0월 0.25%포인트씩 인하돼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더딘 만큼 한은이 상반기 중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 저유가 영향·가계부채 급증세 "지켜봐야"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대다수는 이번 달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은행과 비은행권(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작년 1∼7월만 해도 월평균 3조4천억원 늘었다.
그러나 작년 8월 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 8∼11월엔 월평균 6조8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다음 달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위주의 가계대출 구조를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방향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회복 가능성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가 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들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도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전방위 경기부양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으로 옮겨간 상태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국제유가 하락이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하는 시기"라며 "추가로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부채 증가, 전세금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금리는 추가 인하 '기정사실화'
한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추가 인하 기대를 점차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금리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금리 인하는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과 잘 협의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와 한은은 대통령이 원론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와 '시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언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금리가 추가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지난 14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인하론의 가장 큰 근거는 무엇보다도 경기 부양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지금은 여차하면 경기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한은이 2∼3월 중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예측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노무라증권 3.0%, HSBC 3.1%, LG경제연구원 3.4%, 한국개발연구원 3.5% 등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중국·유럽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국제유가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도 이달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어두운 경기 전망을 드러냈다.
국내 경제에 대해 한은은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가운데 내수의 회복이 미약했으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여전히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에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고, 내수 전반이 아니라 소비·설비투자 회복이 미흡하다고 분석했었다.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인 GDP갭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가 이달에는 "마이너스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한은이 구조개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기 하방 위험을 막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점도 인하론의 근거다. 올해 물가마저 1%대에 머물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년 연속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5∼3.5%)를 벗어나게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는 원인이 좋든 나쁘든 한 번 빠지게 되면 경제 충격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해야 한다"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를 '좋은 디플레'라고 부르며 통화정책을 미루다가 상황이 악화된 일본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