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 군함 태워줄게" 7억원 챙긴 해군참모총장

"해군 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돈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

지난 2008년 2월 정옥근 당시 해군참모총장(63)은 총장 취임 한 달 전 아들 정모씨 명의로 요트회사를 설립했다. 매출이 전무했던 이 요트회사는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아내기 위한 창구였다.

정 전 총장은 그해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을 준비하면서 연계 행사로 요트 행사를 끼워놓고 아들 회사를 주관사로 선장했다. 그리고 STX그룹측에 무려 10억원을 아들 기업에 후원하도록 요구했다.

해군 함정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했던 STX그룹측은 액수에 황당해하면서도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STX그룹은 그해 해군 호위함과 디젤엔진 수주를 추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룹 실무자들이 후원금 액수가 과다하고, 제안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후원금 지급 절차를 빨리 진행시키지 않자 아들 정모씨는 액수를 깎아 7억7천여만원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강덕수 회장을 동승해주겠다"며 후원금을 요구했다. 정 전 총장도 다시 STX측에 전화를 걸어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느냐"며 거듭 압박했다.


결국 강덕수 회장은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직무 관련 편의 제공을 받는 대가로 요트회사에 7억7천여만원을 지급했다.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에서 총 4차례 걸쳐 각각 절반씩을 후원했다.

요트회사가 제안한 홍보 내용은 먼 바다에 떠 있는 요트에 STX로고를 부착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단발성 행사에 STX그룹은 7억7천여만원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공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태워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졌다. 정 전 총장은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방산업체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강덕수 회장을 동승시켰다.

수억원대 요트 후원금 덕분인지 STX그룹은 그해 연말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총 800억원대를 수주했다. 또한 2010년에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됐고, 2011년에 총 3430억원을 수주하기도 했다.

7년 전 벌인 부자(父子)의 짜고치는 뇌물 수수 범행은 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의 수사로 뒤늦게 밝혀졌다.

합동수사단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정 전 총장을 구속기소하고 아들 정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STX사외이사였던 유모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해군대령으로 요트행사 후원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맡았던 유모씨를 뇌물 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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